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3
어제:
183
전체:
5,021,157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8.02 03:03

빈방

조회 수 282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빈방


                                                                     이 월란




누군가 몸만 떠난 빈방 하나
두고 간 마음만 남아 먼지같은 시간을 받아내고 있다
그 방엔 나의 방과는 다른 속도의 세월이 흐르고 있다
한 달 내내 정지해 있던 시간이 잠시 지나가는 소낙비에
물둑 무너뜨리고 한껍에 쏟아져 내리는 곳
글썽이는 시야 속에 어느 한 순간 고집스럽게 버티고 있는 곳
그 방엔 내가 마시는 공기와는 다른 색깔의 공기가 머물고 있다
아무에게도 저항하지 않는 무언의 기체가 숨쉬는 나라
네 귀퉁이가 사계절을 물고 있어
봄꽃이 활짝 피어도 한쪽 몸이 시리고
겨울눈이 내려도 이마엔 식은땀이 난다
계절이 역류하는 곳
희붐한 새벽이 제일 먼저 밝아오는 곳
항간의 돌림병이 결코 침범치 못하는 공방
꿈속같은 흐느낌 어둠 속에 불빛처럼 새어나와
문을 활짝 열어 두었다
슬픔의 완장을 찬 사람들이 여린 가슴을 호령하는 곳
애증의 강이 시시때때로 범람해도 결코 잠기지 않는 문턱에
아무에게도 맞지 않는 신발 한 켤레 가지런히 놓여 있다
외계인같은 아기사진 하나 밤낮으로 웃고 있다
한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그 방안에서
나는 아직 한번도 나오지 못했다    
                                    
                                                              2008-08-0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11 꽃덧 이월란 2008.05.10 297
510 꽃담배 이월란 2012.04.10 457
509 꽃그늘 이월란 2008.05.10 256
508 꽃, 살아있음 이월란 2008.06.07 235
507 꽃, 거리의 시인들 이월란 2008.05.10 324
506 깡패시인 이월란 2010.01.07 460
505 제2시집 까막잡기 이월란 2008.09.16 280
504 제2시집 김칫독을 씻으며 이월란 2008.06.03 228
503 시평 김기택 시평 이월란 2016.08.15 135
502 길치 이월란 2009.12.15 294
501 제1시집 길손 이월란 2008.05.09 321
500 길고양이 이월란 2009.12.03 401
499 길고양이 이월란 2014.05.28 348
498 이월란 2010.07.09 411
497 기회는 찬스다 이월란 2011.07.26 259
496 기적 이월란 2010.05.02 358
495 기우杞憂 이월란 2011.01.30 498
494 기억이 자라는 소리 이월란 2008.05.10 239
493 기억의 방 이월란 2009.01.27 298
492 기억의 방 이월란 2010.08.08 390
Board Pagination Prev 1 ...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