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2008.08.11 13:10

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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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놀이


                                                    이 월란



지상에서 가장 절실한 이목구비를 새겨
탈바가지에 뚫린 눈구멍으로 진품의 눈알이 반짝인다
바람의 취향에 넋을 놓치도 말아라
꿈의 장단에 발목을 빠뜨리지도 말아라
이별로도 우리 웃을 수 있었지
절망으로도 우리 춤 출 수 있었지


청춘의 이른 새벽부터 노쇠한 어둠이 올 때까지
두루징이 섶에 뜨거운 해를 품고
거리의 소음에도 오솔밭의 침묵에도
펄럭이는 한삼자락 세상을 벗기고 있네
사당패 찢어진 입술이 세상을 비웃고 있네


별신굿 한 판으로 운명을 훔칠까
탈놀이 한 마당으로 천운을 훔칠까
성속의 경계에서 파계승의 비극을 좇아
잡극의 무희가 되어버린 허사비 가락을
이 땅의 녹을 먹는 꼭두각시 놀음을
  

양반의 탈을 쓴 배고픈 민중으로
본처의 탈을 쓴 사랑에 허기진 처첩으로
가업에 눈멀어 장자의 탈을 쓴 서출로
허구의 몸싸움으로 판을 씻고 벌이는
저 신령한 청배(請陪)의 깍두기판 위에
들놀음에 해저무는 창부(倡夫)들이여

                              
                                              2008-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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