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99
어제:
223
전체:
5,028,916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8.12 11:58

동거

조회 수 235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동거(同居)


                                                                         이 월란




사는 것이 그렇듯 우린 습성에 취해가고 있었다


꽃잎이 시들해질 때면 다시 물을 갈고 꽃을 꽂아 두는
정물화 속의 화병처럼 서로에게 몸을 꽂아 보고
매일 타인의 순결한 몸으로 다시 만나
우리가 가는 이 길이 둘이 아니라 하나였음으로
정처없는 흐름의 기착지는 언제나 서로의 가슴이었음으로
버릇처럼 살가운 축제를 벌인다

  
잡다히 사는 일에 한번씩 목이 꺾여도
빈혈 내린 육신 가득 서로의 체액으로 수혈을 받고
권태로움에 실종된 안부를 물어 뜨거운 입술로 안녕을 새겨 두고
부메랑처럼 서로의 가슴으로 돌아와 목쉰 얼굴을 파묻어야 한다

  
공생은 여전히 아름답다
황혼의 둑길로 설법처럼 이어진 길을 한 줄씩 번갈아 교독하며
나의 절망과 너의 희망을 섞어
얼어붙지도, 끓어 넘치지도 않는 잔잔한 묵언의 호수가 채워짐에


삶의 절벽마다 번지점프를 꿈꾸어도
나를 꼭 붙들어 맨 로프의 끝은 늘 너의 두 손이었음에
서로의 통점을 짚어가며, 피해가며
생의 민감대를 기억해 서로에게 새겨놓은 너와 나는  


초저녁별 아득해도
서로의 빛이 되려 발가벗은 어둠으로 눈감을 수 있는
너와 나는

                                                                 2008-08-1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91 제1시집 뒤뜰의 장미 이월란 2008.05.09 307
690 둥둥 북소리 이월란 2008.06.08 338
689 둥근 집 이월란 2008.12.19 264
688 견공 시리즈 둔갑술(견공시리즈 53) 이월란 2010.02.15 418
687 두부조림 이월란 2011.07.26 419
686 동태엄마 이월란 2010.02.15 500
685 동일인물 이월란 2008.05.10 247
684 동시 7편 이월란 2008.05.09 443
683 동백아가씨 이월란 2021.08.16 62
682 동백 아가씨 이월란 2014.10.22 421
681 동물원을 베고 누운 고릴라 이월란 2015.09.20 187
680 동문서답 이월란 2010.10.29 558
679 제2시집 동목(冬木) 이월란 2008.05.10 260
678 제1시집 동대문 이월란 2008.05.09 485
677 제1시집 동굴 이월란 2008.05.09 340
676 견공 시리즈 동거의 법칙(견공시리즈 69) 이월란 2010.06.07 690
» 제2시집 동거 이월란 2008.08.12 235
674 돌아온 탕자 이월란 2009.07.27 269
673 돌아서 가는 길은 이월란 2008.05.10 352
672 돌부리 이월란 2008.05.08 385
Board Pagination Prev 1 ...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