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푸는 사막

by 이월란 posted Aug 2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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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푸는 사막



                                                     이 월란




신기루를 보았다
모하비*를 달려온 라스베가스 초입의 I-15 프리웨이
거친 각질 아래 서러운 환상의 문이 열리고
목마른 모새밭에 은밀한 산기(産氣)가 번뜩이면
모여드는 눈빛 가득 연막을 친단다
등불이었던, 길이었던 빛의 수완은
몸 가진 듯 휘어져
이리 뜨거운 지상의 열기 속에서 한번씩
해산하듯 모래집 물빛을 드리운단다
붉은 전쟁이 말갛게 펼쳐지면
불 밝힌 빌딩의 역상(逆像)이
질척한 베가스의 아랫도리를 기웃거리고
슬롯머신 앞에서 밤을 지새울
현실과 꿈의 능선이 저승의 달빛처럼
도시 위를 배회한단다
에스키모들이 묻어 놓은 칼자루 위에
짐승의 피로 얼어붙은 칼날을 핥고야 마는
이리의 마비된 혀몸 가득 자신의 뜨거운 피맛을
잊은지도 오래 되었음에
우리,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버릇처럼 놓쳐야 했음을
칼칼한 사막의 육성을 기억하여
낙타의 지친 무릎이 꺾이더라도
저 MGM** 사자의 아가리에 머리를 쳐박고도
눈먼 신루를 좇아
금수의 목젖에 걸려 넘어지고야 말았음을
화씨 120도의 염천을 지나쳐 온 후에야
물빛 흔적조차 사라진 먼지 펄펄 날리는
스산한 모래땅이었음을


                                              2008-08-25




* 모하비 사막(Mojave沙漠): 〖지명〗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동부와 시에라네바다 산맥 남쪽으로 이어지는 건조 지역. 금, 은, 텅스텐, 철, 칼륨, 식염 따위가 난다. 면적은 6만 5000㎢.


** MGM : Metro-Goldwyn-Mayer, 라스베가스의 호텔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