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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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9.03 13:30

백념(百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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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념(百念)



                                                                                   이 월란




내가 서 있는 이 길이 처음부터 잘못된 길이었을까 생각을 하는데
일제 기꼬만 간장이 국산 샘표간장보다 훨씬 짜다는 생각을 한다


소중한 것들이 하나 하나 사라지고서야 나의 무릎이 낮아진다는 생각을 하는데
치아 표백제로 연고타입을 살 것인지 테잎형을 살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진리의 깨달음은 한 개의 상처만을 덮을만큼만 조금씩 야멸차게 온다는 생각을 하는데
손톱 발톱이 많이 자라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자주 가슴 속에서 파도 치는 소리가 들린다는 생각을 하는데
대다수의 여자들이 잘못된 사이즈의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있다는 기사가 생각이 난다


이제 그만 한국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가면 금방 돌아오고 싶어지는
이 간사한 인간은 차라리 디아스포라의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은데
친구들이 데리고 간 을지로 골벵이 집 선반 위에 솔트레익의 한국마켓에 있던
그 똑같은 원터치 캔의 깡통 골벵이들이 꽉 차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소중한 것들은 늘 소중하지 않은 길 위에 서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내일 또 지각을 하지 않으려면 오늘은 정말 일찍 자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200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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