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9
어제:
288
전체:
5,021,660

이달의 작가
2008.09.07 15:04

이인(二人)

조회 수 291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인(二人)



                                                                                                             이 월란




등짝 가득 태양 문신을 새긴 구리빛 사내의 눈두덩이 벌겋다 푸른 별빛이 쏟아지는 사각의 링, 골리앗의 황금벨트가 어깨 위에 걸쳐지고 관중들은 티켓을 버리고 일어난다 채널이 바뀌면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거울 앞에서 웃고 있다 또 채널이 바뀌면 금발의 흑인여자가 머루빛 눈동자에서 눈물을 떨구고 있다



나의 남자는 늘 내 안에서 리모트컨트롤을 자판처럼 두들긴다 서로의 유압장치로 원격조정 해온 세월은 어느새 수동에서 자동으로 바뀌었다 또 채널이 바뀌기 전에 난 모니터로 돌아온다 나의 온몸엔 이어폰이 꽂혀 있고 그제서야 나의 화면이 움직인다 액체와 고체의 중간 상태, 액정 스크린 속에서 난 물컹댄다 가끔 눈이 젖어 오는 것은 평생의 묵비권으로 나의 생명이 안도하고 있다는 사실



방음장치가 잘 되어 있는 나의 집을 사랑한다 방음장치를 타고난 인간의 몸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사랑한다 차음벽 속에서 유난을 떨고 있는 오늘의 자유를 바람도 지쳐 쓰러진 멀뚱한 날 저민 고요가 늑골 아래 차오른다 블라인드 사이로 하늘가에 빗금친 은익 자국은 페이퍼 컷처럼 가슴을 또 비지직 긁었고 묵비의 전파로 채널이 또 바뀌었다

                                                                                                            2008-09-0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71 엉기지 말라 그랬지 이월란 2009.02.14 292
570 남편 이월란 2008.05.10 292
569 제1시집 파도 이월란 2008.05.09 292
568 제1시집 그리움 이월란 2008.05.09 292
567 이혼병(離魂病) 이월란 2008.05.09 292
566 영문 수필 Allegory of the Cave 이월란 2012.02.05 291
565 견공 시리즈 007 작전(견공시리즈 27) 이월란 2009.09.16 291
564 성대묘사 이월란 2009.05.30 291
563 해커 이월란 2009.04.22 291
562 빨래를 개면서 이월란 2008.12.02 291
» 이인(二人) 이월란 2008.09.07 291
560 만남 이월란 2008.05.09 291
559 세월 3 이월란 2013.05.24 290
558 死語 이월란 2009.10.01 290
557 바람의 뼈 이월란 2008.05.10 290
556 벽 1 이월란 2008.05.10 290
555 詩 2 이월란 2008.05.10 290
554 제1시집 새벽길 이월란 2008.05.09 290
553 제1시집 그리워라 이월란 2008.05.09 290
552 제1시집 사진 이월란 2008.05.09 290
Board Pagination Prev 1 ...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