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03
어제:
259
전체:
5,026,015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9.16 13:14

까막잡기

조회 수 280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까막잡기



                                                                                                                  이 월란




1
해뜨면 우리 숨박질을 시작했지. 쨍쨍 눈부신 골목을 단숨에 부숴버리고 어미 사타구니 같던 헛간 볏짚 속 따뜻이 몸을 숨기면 온 세상을 기만한 공모자가 되어, 서로의 눈부처가 되어, 발각되지 않고 유유히 걸어나올 완전범죄를 눈 앞에 그리며 너와 나의 발등 가득 숨수  아낀 심장이 두근두근 녹아 내렸지.


2
발가벗은 수치에 눈뜬 아담과 이브도 손바닥만한 갈잎으로 하늘을 가렸대지. 허락받지 못한 은폐자의 혈청이 비손강을 타고 범람했대지. 침식력을 회복한 노년기의 하천이 하저를 갉아먹고 유년의 땅을 넘보듯이. 육탈이 시작된 시신 앞에서도 우린 허기져 간사한 눈앞에 비포장된 하룻길 들통이 나고, 빤히 명징한 날들 먼지 풀풀 날리며 번번이 사라져도 숨고 싶었지. 찾고 싶었지.


3
비밀의 덫에 걸린 두 눈은 회춘을 맞은 노옹의 그것처럼 갑자기 활기 넘치고 우린 시시각각 판단의 노예가 되어 어느 한 순간도 판단치 않곤 머리칼 한오라기도 간수하지 못했지. 천성의 수치로 오히려 목이 곧은 두 발 짐승이 되어 뻣뻣해지는 모가지에 어느 날엔 외로움의 잎이 무성했고 어느 날엔 오만의 탱목으로 불끈 솟아 올랐지.


4
저녁연기 피어오르는 용마루 너머 무엇이 숨었다 보였다 하는 일 하루 이틀 아니었어. 온통 숨기고 싶은 것들 투성이였지. 온통 찾고 싶은 것들 투성이었지. 엄만 또 쌈짓돈을 찬장 구석에 쑤셔박고 있네. 우린 절대 들키지 않아. 망하지 않아.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소맷자락 보일라. 저 떳떳한 햇살을 동강내어 가슴마다 요동쳐 보아도 술렁술렁 오늘은 내가 술래 오마조마 내일은 네가 술래.

                                                                                                               2008-09-1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1 영문 수필 "A Call to Action: Turning Oppression into Opportunity" 이월란 2011.05.10 96361
1650 영문 수필 "American Tongues" 이월란 2014.05.28 100
1649 영문 수필 "Beauty and the Beast " 이월란 2014.05.28 860
1648 영문 수필 "Do You Speak American?" 이월란 2010.06.18 721
1647 영문 수필 "First Blood" 이월란 2014.05.28 104
1646 영문 수필 "Johnny Got His Gun" 이월란 2014.05.28 151
1645 영문 수필 "Laüstic" (Nightingale) 이월란 2014.05.28 1325
1644 영문 수필 "Legend of St. Dorothea of Cappadocia" 이월란 2014.05.28 138
1643 영문 수필 "Letting Go" 이월란 2011.03.18 326
1642 영문 수필 "Mental Health Care: Convincing Veterans They Need It" 이월란 2011.05.10 410
1641 영문 수필 "ON THE GENEALOGY OF MORALS" 이월란 2014.05.28 4846
1640 영문 수필 "She Loves Me" 이월란 2014.05.28 258
1639 영문 수필 "The Arabian Nights" 이월란 2014.05.28 110
1638 영문 수필 "The Ingenious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 이월란 2014.05.28 15324
1637 영문 수필 "The Linguist" 이월란 2014.05.28 141
1636 영문 수필 "The Sorrows of Young Werther" 이월란 2014.05.28 324
1635 영문 수필 "Tough Girls" 이월란 2011.05.10 349
1634 견공 시리즈 007 작전(견공시리즈 27) 이월란 2009.09.16 291
1633 견공 시리즈 14분간의 이별(견공시리즈 23) 이월란 2009.09.12 280
1632 1시간 50분 이월란 2008.09.08 24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