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8
어제:
184
전체:
5,020,683

이달의 작가
2008.10.17 14:17

환승

조회 수 279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환승


                                                                                이월란



암실 속에서 인화된 사람들이 평면 에스컬레이터 위에 실리고 있다.
혈관처럼 이어진 화살표를 따라 환영인파같은 무리가 끝도 없이 마주쳐
오지만 그들은 결코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표백된 얼룩같은 통점은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다. 낙오자는 없다. 뱀길같은 미로는 마그넷
처럼 몽환의 눈빛들을 친절히 유인한다.


가끔 이탈자가 있나 싶어 두리번거려 보지만 평균속도를 넘어서버린
인파는 물똥 한점 흘리지 않는다. 꿈은 늘 꿈이어야만 하기에 유리칸
막이를 꼼꼼이 세워 두었다. 철통같은 방비는 어느 누구의 꿈도 통과
시키지 않을 것이며 지난밤 어둠에 절은 방종을 포식한 우리들은 늘
허기져 달려오는 육식동물과 유리칸 사이의 좁은 틈을 쉽게 포착할
수 없다.


은밀히 저장되어 있는 그들만의 환승티켓은 수수억년의 형질로 이어
받은 유전자의 비밀이며 그 세밀한 질주 앞에 소음이 된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이탈을 꿈꾸던 레일은 정기적인 보수공사로 매일 더 빛이
나고 문명의 토굴엔 어둠조차 삭제당했다. 수공의 빛은 동공의 크기에
족쇄를 채웠고 최하단위의 지폐 한 장으로도 축지가 가능한 우리들은
향기롭게 향기롭게 은폐되고 있다.

  
부교감 신경의 오류로 출구의 번호를 뒤섞어버리고 횡설수설 심장이
뛰는 공황장애자는 일찌감치 축출 당했다. 첨단엔진으로 업그레이드 되
어 사람을 물어나르는 저 육식동물의 동체는 성전환 수술 직전의 사람
들을 가끔 삼키기도 한다는데, 부르튼 관절을 세운 미지인들은 환한 지
하세계에서 자꾸만 눈이 마른다. 전위예술의 퍼포먼스는 이제 막 막이
올랐다.

                                                                       2008-10-1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31 가윗날 이월란 2008.09.13 221
1130 제2시집 벽 2 이월란 2008.09.14 269
1129 제2시집 까막잡기 이월란 2008.09.16 280
1128 사내아이들 이월란 2008.09.18 255
1127 기억색 이월란 2008.09.18 309
1126 횟집 어항 속에서 이월란 2008.10.07 570
1125 제3시집 세월 이월란 2008.10.08 212
1124 폭설 이월란 2008.10.09 249
1123 투명한 거짓말 이월란 2008.10.11 250
1122 제3시집 수선집 여자 이월란 2008.10.12 403
1121 단풍 이월란 2008.10.14 198
1120 첫눈 이월란 2008.10.15 234
1119 세상을 끌고 가는 차 이월란 2008.10.16 277
» 환승 이월란 2008.10.17 279
1117 심문 이월란 2008.10.18 239
1116 제3시집 세월 2 이월란 2008.10.20 212
1115 밤꽃 파는 소녀 이월란 2008.10.20 489
1114 바람의 혀 이월란 2008.10.21 298
1113 제3시집 공항대기실 2 이월란 2008.10.22 722
1112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Board Pagination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