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8 15:17

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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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



                                                     이월란




그제 아침
투명한 불꽃의 점화를 보았나
그리움의 제웅처럼 서 있는 거리의 실루엣마다
중범처럼 화려한 뇌옥을 쌓아
성하의 빛을 잠식하고
녹음의 영지를 허무는
스산한 유배지로의 변신을 보았나
가로수마다 슬로모션으로 상영되는 화형식을 목도했나
숨 쉬는 모든 것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땅껍질 가득 아토피성 피부염같은 염병이 도지는 것을
갈꽃불의 스파크에 눈이 멀어, 가슴이 멀어
쓰레질만 가득한 산하의 넋두리를
나무의 실린더마다 차올라, 감내하고 있는 저 담찬 기운을
꽃처럼 변심하는 이파리들의 호화로운 반란과
해걸음 걷는 거리마다 마음 온통 짓밟혀, 목맺혀 가난해져
행려자로 떠도는 허우대 멀쩡한 사람들을 보았나
이별만을 되새김질하는 텅빈 마소의 눈빛들과
망각의 병동으로 몰리는 사랑의 치매환자들도 보았나
피딱지같은 고엽이 쌓이는 낭하의 담벼락 가득
선명한 여름과 겨울 사이의 지문들,
그리움의 안압이 파산 직전의 환율처럼 치솟고
체감온도가 우울히 하강하는 묵비의 도시를

탕탕탕!
가을, 유죄!
                                    
                                                 200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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