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5
어제:
184
전체:
5,020,680

이달의 작가
2008.10.21 12:26

바람의 혀

조회 수 298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바람의 혀



                                                                이월란



산파가 허공을 찢으면
태의 울음소리를 닮은
고삐 풀린 바람이 길을 낸다
손발은 풍장으로 날고
가다보면 혀만 자라
자꾸만 혀만 자라, 살촉같은 혓소리
이 사람의 등을 긁고, 저 사람의 샅을 긁고
혀짧은 이단자는 삭풍에 머리가 댕강
노쇠한 바람처럼 형체 없이 부서져도
혀만 남아
해지지 않는 혀만 남아
세 치 혀가 거리를 쓴다


(가만히 서 있어도 지구가 돌아요. 꽃빛에 구름빛에 디딘 발자국 어지러워요. 눈부셔요.
바람의 붓을 든 혀들이 회색지대라 명명하면 곧 두 개의 문이 열리죠.
어느 한 쪽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우린 용서받지 못할 방관자, N극과 S극은 모두 추워요.
해가 밤을 끌안고 놓아주지 않는데요. 광녀의 흰자위같은 백야가 오죠.
스마트한 유인원을 닮은 제4빙하기의 네안데르탈인들이 무더기로 살고 있는데요.
양극에서 온 달이 나만 자꾸 자꾸 따라와요.)


한기 들려 모두 사라진 텅 빈 거리를
쓸다 쓸다
입술을 덮고, 코를 덮고, 두 눈을 덮고
마침내 얼굴을 덮었다
물매 맞는 사나운 후더침으로
쥐라기의 이데아가 운두 낮은 거리를
탄말처럼 날아다닌다
토르소가 된 고고한 혀들이
해행하는 거리


욕먹고 싶었다
배 터지도록


                                                              2008-10-2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31 가윗날 이월란 2008.09.13 221
1130 제2시집 벽 2 이월란 2008.09.14 269
1129 제2시집 까막잡기 이월란 2008.09.16 280
1128 사내아이들 이월란 2008.09.18 255
1127 기억색 이월란 2008.09.18 309
1126 횟집 어항 속에서 이월란 2008.10.07 570
1125 제3시집 세월 이월란 2008.10.08 212
1124 폭설 이월란 2008.10.09 249
1123 투명한 거짓말 이월란 2008.10.11 250
1122 제3시집 수선집 여자 이월란 2008.10.12 403
1121 단풍 이월란 2008.10.14 198
1120 첫눈 이월란 2008.10.15 234
1119 세상을 끌고 가는 차 이월란 2008.10.16 277
1118 환승 이월란 2008.10.17 279
1117 심문 이월란 2008.10.18 239
1116 제3시집 세월 2 이월란 2008.10.20 212
1115 밤꽃 파는 소녀 이월란 2008.10.20 489
» 바람의 혀 이월란 2008.10.21 298
1113 제3시집 공항대기실 2 이월란 2008.10.22 722
1112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Board Pagination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