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92
어제:
379
전체:
5,021,455

이달의 작가
2008.10.27 13:15

인사동 아리랑

조회 수 419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인사동 아리랑


  
                                                                                                                                                         이월란



인사동 구중궁궐엔 새시대의 삼천궁녀가 화관 금삼에 접속을 시도하고 있다. 청바지의 환관들은 메스대 위에서 완치를 꿈꾸고 국경을 넘어온 사신의 아들들은 메리골목마다 양은 반병두리 가득 동동주를 들이마신다. 경복궁 연당에 노닐던 물고기는 주찬의 소신공양을 올리고 나비모양의 전통조각품들이 산란의 계절을 맞았다. 예술인들은 혼을 저당잡히고 퇴락한 호정에 도금한 간판을 내다걸었다. 동냥질이 당당한 거렁뱅이들은 마패를 숨긴 암행어사가 되었고 임금님의 수라상이 백민들의 별식으로 내려 앉았다. 궁중의 패물이 현대인의 노리개가 되어 벼룩시장 가득 엽전의 환전을 요구하는 곳. 환생한 멍석말이 노비가 온몸에 고무판을 칡넝쿨처럼 묶어 땅을 기어가고 있다. 한쪽 팔꿈치로 맨땅을 짚어 전신을 끌로가는 그는, 강화유리같은 문명의 빙판을 매끄럽게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로 꽁꽁 얼어붙은 미개한 목숨을 헤쳐가는 쇄빙선같다. 골동의 궁정 가득 환락에 젖은 도시의 관절이 시큰거리고 있다.

                                                                                                                                                                   2008-10-2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31 입양천국 이월란 2010.01.23 377
1330 입양아 이월란 2015.09.20 99
1329 수필 입양아 이월란 2015.09.20 387
1328 입술지퍼 이월란 2009.04.14 331
1327 임시보관함 이월란 2008.12.17 330
1326 잃어버린 날 이월란 2008.05.08 352
1325 잃어버린 詩 이월란 2010.04.23 347
1324 읽고 싶은 날 이월란 2008.08.10 229
1323 제3시집 인형의 눈 이월란 2011.09.09 498
1322 인형놀이 이월란 2010.12.14 421
1321 인연 이월란 2008.05.10 237
1320 인생에는 포즈가 없다 이월란 2009.10.24 334
1319 인사이드 아웃 이월란 2008.05.10 416
» 인사동 아리랑 이월란 2008.10.27 419
1317 견공 시리즈 인간시계(견공시리즈 10) 이월란 2009.08.06 373
1316 이혼의 꿈 이월란 2010.02.21 604
1315 이혼병(離魂病) 이월란 2008.05.09 292
1314 이중국적 이월란 2011.05.31 336
1313 이젠, 안녕 이월란 2010.06.28 384
1312 이인(二人) 이월란 2008.09.07 291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