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26
어제:
307
전체:
5,024,487

이달의 작가
2008.11.02 14:15

여기는 D.M.Z.

조회 수 274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여기는 D.M.Z.



                                                                  이월란



달리고 있나요
뼈와 살이 맞닿은 계절의 경계를
헤매고 있나요
군정에서 민정을 꿈꾸는 애증의 표류지대를


몸 찢고 나온 것들이 어디, 걸어다니는 저것들 뿐이겠어요
통통하게 살찐 비명들이 알을 깨고 걸어나오고 있잖아요
읽음과 읽지않음 사이, 난 지금도 수신 중이에요
여기 벌벌 기어다니는 자폐증 앓는 자모음 벌레들, 저장할까요?
맨홀 속 퀴퀴한 지하수같은 피통 속에
온실 속에서 수경재배 당한 우리들도 저 줄기 끝을 타고오르면
붉고도 연한 자주색 꽃이 필까요, 저장될까요?


마취제는 동이 났다는데 여기 저기 분만실이군요
상상임신으로 낳은 아가들은 피를 닦지도 않고
탯줄을 친친 감은 채 뛰어다녀요
저러다간 사춘기를 거치지도 못하고 살비듬마다 주검꽃이 필거에요
ff▶▶를 누른 리모콘 앞의 화면처럼


굴욕의 시대는 잊으세요
우린 미니수족관 유리벽에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머릴 찧는
눈이 부신 열대어, 원산지를 잊어버린 진기한 에인젤피시에요
굳은살 박이며 달려온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반고체로 찍힌 역청 스민 신발창은 이제 떼어 버리세요
무기를 버리세요


인기척 사라지면 스스로 치유되고 회복되는 땅
그늘의 제자가 되어요
지뢰밭 속에서도 생명의 잔치가 은밀히 베풀어지는 땅
꿈의 유골이 지금도 발굴되고 있는
여긴, 한가로운 중립을 꿈꾸는 비무장지대
하늘다람쥐 하늘을 나는, 우리들의 D.M.Z.에요

                                                           2008-11-0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1 히키코모리 이월란 2011.03.18 396
1650 흰긴수염고래 이월란 2010.01.04 545
1649 흙비 이월란 2010.03.22 523
1648 흔적 이월란 2008.08.28 282
1647 흔들의자 이월란 2008.05.08 559
1646 제2시집 흔들리는집 / 서문 (오세영) file 이월란 2016.08.15 115
1645 제3시집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이월란 2008.11.12 497
1644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73
1643 흔들리는 집 4 이월란 2008.11.11 285
1642 제2시집 흔들리는 집 3 이월란 2008.06.16 201
1641 흔들리는 집 2 이월란 2008.05.10 270
1640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file 이월란 2016.08.15 168
1639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164
1638 제2시집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5.10 694
1637 흔들리는 물동이 이월란 2008.05.09 277
1636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61
1635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1634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378
1633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8
1632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