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68
어제:
184
전체:
5,020,693

이달의 작가
2008.11.02 14:15

여기는 D.M.Z.

조회 수 274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여기는 D.M.Z.



                                                                  이월란



달리고 있나요
뼈와 살이 맞닿은 계절의 경계를
헤매고 있나요
군정에서 민정을 꿈꾸는 애증의 표류지대를


몸 찢고 나온 것들이 어디, 걸어다니는 저것들 뿐이겠어요
통통하게 살찐 비명들이 알을 깨고 걸어나오고 있잖아요
읽음과 읽지않음 사이, 난 지금도 수신 중이에요
여기 벌벌 기어다니는 자폐증 앓는 자모음 벌레들, 저장할까요?
맨홀 속 퀴퀴한 지하수같은 피통 속에
온실 속에서 수경재배 당한 우리들도 저 줄기 끝을 타고오르면
붉고도 연한 자주색 꽃이 필까요, 저장될까요?


마취제는 동이 났다는데 여기 저기 분만실이군요
상상임신으로 낳은 아가들은 피를 닦지도 않고
탯줄을 친친 감은 채 뛰어다녀요
저러다간 사춘기를 거치지도 못하고 살비듬마다 주검꽃이 필거에요
ff▶▶를 누른 리모콘 앞의 화면처럼


굴욕의 시대는 잊으세요
우린 미니수족관 유리벽에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머릴 찧는
눈이 부신 열대어, 원산지를 잊어버린 진기한 에인젤피시에요
굳은살 박이며 달려온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반고체로 찍힌 역청 스민 신발창은 이제 떼어 버리세요
무기를 버리세요


인기척 사라지면 스스로 치유되고 회복되는 땅
그늘의 제자가 되어요
지뢰밭 속에서도 생명의 잔치가 은밀히 베풀어지는 땅
꿈의 유골이 지금도 발굴되고 있는
여긴, 한가로운 중립을 꿈꾸는 비무장지대
하늘다람쥐 하늘을 나는, 우리들의 D.M.Z.에요

                                                           2008-11-0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11 이월란 2008.10.24 281
1110 견공 시리즈 말(견공시리즈 110) 이월란 2011.09.09 314
1109 견공 시리즈 욕(견공시리즈 109) 이월란 2011.09.09 287
1108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월란 2008.10.25 366
1107 어둠숨쉬기 이월란 2008.10.26 225
1106 인사동 아리랑 이월란 2008.10.27 419
1105 피사체 이월란 2008.10.28 271
1104 부화(孵化) 이월란 2008.10.29 237
1103 제3시집 내부순환도로 이월란 2008.10.30 365
1102 단행본 이월란 2008.10.31 208
1101 낙엽을 읽다 이월란 2008.11.01 244
» 여기는 D.M.Z. 이월란 2008.11.02 274
1099 감원 바이러스 이월란 2008.11.04 243
1098 신비로운 공식 이월란 2008.11.06 217
1097 나는 나의 詩가 혐오스럽다 이월란 2008.11.06 282
1096 흔들리는 집 4 이월란 2008.11.11 285
1095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73
1094 제3시집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이월란 2008.11.12 497
1093 빨간 불이 들어온지 꽤 되었어요 이월란 2008.11.15 305
1092 전. 당. 포. 이월란 2008.11.17 242
Board Pagination Prev 1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