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68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횡설수설 악플러------영혼말이



                                                                                                              이월란



포르노보다 더 음란한 육신 안에서, 성모마리아보다 더 고고한 체위로, 우리 위에 군림하는 저 나비같은 영혼에게 시비를 걸어라. 고단수의 스윙으로 우리도 한 번씩 저 청초한 날갯짓과도 동격이 될 수 있도록. 너와 내가 물 한 방울 뿌려준 적 없는 저 들꽃에 대한 무지막지한 찬미 일색으로 아부의 생을 마감하려는가. 얼마나 곱게 자랐으면.


얼마나 순탄히 하고 싶은 말 술술, 한 마디도 삼키지 않고 내뱉으며 자랐으면. 어제는 환희, 오늘은 희열, 내일은 희망일 수 있는가. 절망아, 방금 푸줏간의 저울 위에서 정확한 눈금으로 칼질한 붉은 살점 같이 숨쉬는 절망아, 꽃잎처럼 흩어져내린 점괘를 주워모아서라도 근친상간의 원죄를 끊어버리자.


전신에 미뢰가 솟아 오늘도 입맛을 쩍쩍 다시는 허기는 오직 너의 것. 빈병을 주워 빈 위장을 채우며 사는 거리의 할멈처럼 아다지오의 절박함을 흉내내고도 싶거든 제발, 얼굴 없는 위대한 어머니들처럼 영원한 미스테리의 가면이라도 쓰고 가기를. 일생의 가을, 단풍처럼 위선이 물든 너에게 눈을 흘기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은 것이 녹록치 않은 우리들의 삶이란 것을.


기억의 쌍꺼풀을 찢고, 추억의 콧대를 높이며, 상처의 턱을 깎아내는 세월의 성형수술을 집도하는 미치광이 의사들이여, 영혼의 뇌관만은 건드리지 않기를. 내 벌어진 틈 사이 사이 이식받은 살점으로 아물 때에 절망의 본성일랑 화농진 고름처럼 닦아내어 주기를. 절망은 결코 목을 매거나 손목을 긋는 짓 따윈 하지 않을 위인임에. 일용직 노동자의 새벽처럼 밝아오는 목숨 위로, 저 방사림 너머, 부챗살처럼 다시 솟아오르는 무명의 영혼이여.

                                                                                                              2008-11-1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37 첫눈 2 이월란 2008.11.17 411
» 횡설수설 악플러-----영혼말이 이월란 2008.11.18 468
1135 새떼 이월란 2008.11.19 418
1134 그리움 이월란 2008.11.19 420
1133 제3시집 유고시집 이월란 2008.11.20 803
1132 매일 떠나는 풍경 이월란 2008.11.21 411
1131 낙엽 이월란 2008.11.23 435
1130 무거운 숟가락 이월란 2008.11.23 454
1129 詩3 이월란 2008.11.25 404
1128 詩4 이월란 2008.11.25 417
1127 찬밥 이월란 2008.11.26 473
1126 당신은 늘 내 몸에 詩를 쓴다 이월란 2008.11.26 526
1125 빨간 구두* 1 이월란 2008.11.30 481
1124 빨간 구두* 2 이월란 2008.11.30 425
1123 그녀에게* 이월란 2008.11.30 428
1122 빨래를 개면서 이월란 2008.12.02 432
1121 지우개밥 이월란 2008.12.02 405
1120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이월란 2008.12.04 450
1119 밤눈 이월란 2008.12.04 423
1118 흐르는 뼈 이월란 2008.12.09 539
Board Pagination Prev 1 ...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