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3
어제:
379
전체:
5,021,536

이달의 작가
2008.11.25 12:25

詩3

조회 수 242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詩3


                                                         이월란




내가 보내 놓은 편지같은 하루
회답이 오지 않아 나라도 나에게 메일을 씁니다
연전에 헤어진 오라비같은, 젊은 아비 같은
자문기관은 없습니다
아침엔 습관처럼 메일을 보내고
저녁엔 보낸 내가 친절히도 앉아 회신을 보냅니다
체한 듯 급히 띄운 전보도 묵묵부답입니다
축전처럼 꽃잎 날리지도 않는
비보처럼 낙엽 지지도 않는
근질근질 일없는 일상입니다
<제목없음>의 메일들이 허다하지요
일부러 횡설수설의 늪에 모가지까지 빠져들기도 하지만
누구 하나 건져주지 않습니다
해고당한 백수건달처럼 앉아 세월을 털어 먹지만
누구에게도 고소당하지 않습니다
눈물겨운 회향의 의지도 아닙니다
몽상적인 언어와의 연애도 아닙니다
벼슬도 못한 선비가 뒷방에 앉아
비곗살 오르는 허리춤을 곰방대로 쿡쿡 찔러대듯
채신머리 없는 촌평이나 가십 부스러기조차 못됩니다
쓸개 빠진 내장입니다
불길한 사랑처럼 오는 하루
오늘도 벌겋게 눈뜨고 잠꼬대같은 회신을 보냅니다

                                    
                                                          2008-11-24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11 영시집 A hunch 이월란 2010.05.02 471
1410 치병(治病) 이월란 2008.05.07 471
1409 날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이월란 2011.05.31 470
1408 제3시집 언어의 섬 이월란 2010.02.21 470
1407 영시집 Rapture 이월란 2010.04.05 469
1406 당신에게선 물 흐르는 소리가 나요 이월란 2009.12.20 468
1405 휠체어와 방정식 이월란 2010.03.15 467
1404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월란 2010.03.22 466
1403 치과에서 이월란 2009.12.31 466
1402 상상임신 3 이월란 2010.04.23 465
1401 하늘 주유소 이월란 2011.12.14 464
1400 사랑을 달아보다 이월란 2011.10.24 464
1399 어릴 때 나는 이월란 2011.05.10 464
1398 영시 윤동주시 번역 4 이월란 2010.06.07 464
1397 호텔 YMCA, 채널1 이월란 2010.05.25 464
1396 이별을 파는 사람들 이월란 2008.05.08 464
1395 바람개비 이월란 2010.08.22 463
1394 마지막 키스 이월란 2010.06.28 462
1393 오줌 싸던 날 이월란 2009.01.16 462
1392 제3시집 당신을 읽다 이월란 2014.05.28 461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