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47
어제:
213
전체:
5,027,660

이달의 작가
2008.11.25 12:25

詩3

조회 수 242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詩3


                                                         이월란




내가 보내 놓은 편지같은 하루
회답이 오지 않아 나라도 나에게 메일을 씁니다
연전에 헤어진 오라비같은, 젊은 아비 같은
자문기관은 없습니다
아침엔 습관처럼 메일을 보내고
저녁엔 보낸 내가 친절히도 앉아 회신을 보냅니다
체한 듯 급히 띄운 전보도 묵묵부답입니다
축전처럼 꽃잎 날리지도 않는
비보처럼 낙엽 지지도 않는
근질근질 일없는 일상입니다
<제목없음>의 메일들이 허다하지요
일부러 횡설수설의 늪에 모가지까지 빠져들기도 하지만
누구 하나 건져주지 않습니다
해고당한 백수건달처럼 앉아 세월을 털어 먹지만
누구에게도 고소당하지 않습니다
눈물겨운 회향의 의지도 아닙니다
몽상적인 언어와의 연애도 아닙니다
벼슬도 못한 선비가 뒷방에 앉아
비곗살 오르는 허리춤을 곰방대로 쿡쿡 찔러대듯
채신머리 없는 촌평이나 가십 부스러기조차 못됩니다
쓸개 빠진 내장입니다
불길한 사랑처럼 오는 하루
오늘도 벌겋게 눈뜨고 잠꼬대같은 회신을 보냅니다

                                    
                                                          2008-11-24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51 제1시집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이월란 2008.05.09 321
1350 재활용 파일 이월란 2012.01.17 362
1349 장원급제 이월란 2008.05.08 360
1348 장사꾼 이월란 2010.03.05 401
1347 제3시집 장미전쟁 이월란 2010.04.27 447
1346 제1시집 장대비 이월란 2008.05.07 527
1345 견공 시리즈 잠자는 가을(견공시리즈 82) 이월란 2010.10.29 382
1344 제3시집 잠수종과 나비 이월란 2011.04.09 515
1343 견공 시리즈 잠버릇(견공시리즈 47) 이월란 2009.11.16 284
1342 제1시집 잔풀나기 이월란 2008.05.07 570
1341 잔치국수 2 이월란 2016.09.08 232
1340 잔상(殘像) 이월란 2008.05.09 314
1339 제3시집 작은 질문, 큰 대답 이월란 2010.12.14 403
1338 제2시집 자해 이월란 2008.09.01 207
1337 자정(子正) 이월란 2008.05.10 303
1336 자식 2 이월란 2010.11.24 359
1335 자식 이월란 2010.07.19 407
1334 자물쇠와 열쇠 이월란 2012.01.17 307
1333 자동 응답기 이월란 2010.02.28 506
1332 제2시집 입추 이월란 2008.08.08 317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