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5 12:25

詩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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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3


                                                         이월란




내가 보내 놓은 편지같은 하루
회답이 오지 않아 나라도 나에게 메일을 씁니다
연전에 헤어진 오라비같은, 젊은 아비 같은
자문기관은 없습니다
아침엔 습관처럼 메일을 보내고
저녁엔 보낸 내가 친절히도 앉아 회신을 보냅니다
체한 듯 급히 띄운 전보도 묵묵부답입니다
축전처럼 꽃잎 날리지도 않는
비보처럼 낙엽 지지도 않는
근질근질 일없는 일상입니다
<제목없음>의 메일들이 허다하지요
일부러 횡설수설의 늪에 모가지까지 빠져들기도 하지만
누구 하나 건져주지 않습니다
해고당한 백수건달처럼 앉아 세월을 털어 먹지만
누구에게도 고소당하지 않습니다
눈물겨운 회향의 의지도 아닙니다
몽상적인 언어와의 연애도 아닙니다
벼슬도 못한 선비가 뒷방에 앉아
비곗살 오르는 허리춤을 곰방대로 쿡쿡 찔러대듯
채신머리 없는 촌평이나 가십 부스러기조차 못됩니다
쓸개 빠진 내장입니다
불길한 사랑처럼 오는 하루
오늘도 벌겋게 눈뜨고 잠꼬대같은 회신을 보냅니다

                                    
                                                          2008-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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