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구두* 2

by 이월란 posted Nov 3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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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구두* 2


                                                        이월란




죽어가는 사랑을 위해
목 마른 입술에 가끔씩 생수를 적셔 주면서
우린 목숨이 살아 숨 쉬는 한 잔인해야 한다
눈 뜨고 죽을 사랑을 위해서라도
원죄로부터 당겨진 아기살 갈수록 날이 서고
참혹한 행복이 익숙해 질 때면
만남은 마음의 오지를 향해 거울처럼 비춰오고
헤어짐은 마른 들판처럼 불을 내기 시작한다
오래 전 완쾌된 병마를 불러 와 재발을 시도하면
진잎이라도 끌어모아 다시 꽃을 피우라 한다
윤곽이 잡힐 때쯤 실루엣을 허물고 날개 퍼덕이며
추문처럼 다가오는 절망을
허무를 안고 나뒹굴어질 또 하나 삶의 스캔들을
이름 없는 들꽃들이 흔들며 무마시키고 있다
멀리 더 멀리 달아나 돌아오는 길 없을지라도
그 길, 처음과 끝에 칭얼대는 아기 울음소리
나의 성대처럼 메아리치고 있다
상실의 그늘 아래 진실의 그림자가 자라나
슬픔과 죽음의 전조가 시시각각 우릴 흔들어 깨우는
모든 것으로부터 떠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비로소 우린 꿈 속에 산다
지도에서 사라진 매몰된 땅
산과 길이 허기지는
오늘도, 사랑은 배설 중이다

                                                        2008-11-28




* 빨간 구두 : 세르지오 카스텔리토 감독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