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45
어제:
307
전체:
5,024,506

이달의 작가
2008.12.17 14:05

임시보관함

조회 수 330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임시보관함


                                                         이월란



입 속에서 단내가 난다
입 속에 가슴을 가두고 머리를 가두어
방금 지나간, 내 아이디를 가진 짐승의 발자국 냄새
침샘 가득 야생의 피가 돌면 상앗빛 담장 너머
늪이 자란다
가글가글 탄말처럼 씹히는 침묵의 경전을 외우면
살의 가득한 열꽃이 혀몸을 덮었다
입 속으로 몇 번의 눈이 내렸고 또
몇 번의 비가 내렸어도 난 젖지 않았다
삼키지 않았다
백태 낀 모래바다가 파도를 빚어도
언청이의 찢어진 입술을 꼬옥 다물었다
역설처럼 떨어지는 눈물에도
목소리는 여전히 싱거워
슬픈 과일을 한 입 베어물고
빈 항아리처럼 배가 불러오면
귀밑샘 가득 단물 괸 오미처럼 수초가 자라오면


삭제하시겠습니까?
입 속에 정글처럼 자라고 있는 당신,
망각의 몸도 키가 자라면


저장하시겠습니까?
목젖 너머 길고긴 가슴터널을 달리고
묵비의 강을 건너 다시 돌아올 때


보내시겠습니까?
해갈 마친 백치의 혀처럼 시린 꽃 만발하기 전
나의 설정이 무효화되긴 전


아직 보관 중입니다
마른 꽃 화환 속에 입을 걸어 두겠습니다
바삭, 꽃잎의 파열음을 닮아 있을 때까지

                                                    2008-12-1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91 날씨, 흐림 이월란 2010.05.30 393
1090 날아다니는 길 이월란 2008.05.10 364
1089 견공 시리즈 날아라 엘리(견공시리즈 89) 이월란 2011.01.30 490
1088 날아오르는 사람들 이월란 2012.01.17 336
1087 남편 이월란 2008.05.10 292
1086 남편 죽이기 이월란 2010.12.26 456
1085 제1시집 낭연(狼煙) 이월란 2008.05.09 329
1084 낯선 곳에 가면 이월란 2010.05.18 475
1083 내 그대를 그리워함은 이월란 2010.08.08 408
1082 내 그리움에선 단내가 난다 이월란 2009.08.25 448
1081 내 당신을 이월란 2008.05.10 232
1080 내 마음의 보석상자 이월란 2008.05.09 370
1079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 이월란 2008.05.09 481
1078 내 안에 있는 바다 이월란 2008.05.07 569
1077 내게 당신이 왔을 때 이월란 2010.04.18 434
1076 제3시집 내부순환도로 이월란 2008.10.30 365
1075 냉정과 열정 사이 이월란 2009.09.12 472
1074 너를 쓴다 이월란 2008.05.10 268
1073 견공 시리즈 너를 위한 노래 (견공시리즈 100) 이월란 2011.05.10 371
1072 너에게 가는 길 이월란 2008.05.08 460
Board Pagination Prev 1 ...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