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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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12.17 14:05

임시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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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보관함


                                                         이월란



입 속에서 단내가 난다
입 속에 가슴을 가두고 머리를 가두어
방금 지나간, 내 아이디를 가진 짐승의 발자국 냄새
침샘 가득 야생의 피가 돌면 상앗빛 담장 너머
늪이 자란다
가글가글 탄말처럼 씹히는 침묵의 경전을 외우면
살의 가득한 열꽃이 혀몸을 덮었다
입 속으로 몇 번의 눈이 내렸고 또
몇 번의 비가 내렸어도 난 젖지 않았다
삼키지 않았다
백태 낀 모래바다가 파도를 빚어도
언청이의 찢어진 입술을 꼬옥 다물었다
역설처럼 떨어지는 눈물에도
목소리는 여전히 싱거워
슬픈 과일을 한 입 베어물고
빈 항아리처럼 배가 불러오면
귀밑샘 가득 단물 괸 오미처럼 수초가 자라오면


삭제하시겠습니까?
입 속에 정글처럼 자라고 있는 당신,
망각의 몸도 키가 자라면


저장하시겠습니까?
목젖 너머 길고긴 가슴터널을 달리고
묵비의 강을 건너 다시 돌아올 때


보내시겠습니까?
해갈 마친 백치의 혀처럼 시린 꽃 만발하기 전
나의 설정이 무효화되긴 전


아직 보관 중입니다
마른 꽃 화환 속에 입을 걸어 두겠습니다
바삭, 꽃잎의 파열음을 닮아 있을 때까지

                                                    2008-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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