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2
어제:
288
전체:
5,021,673

이달의 작가
2008.12.17 14:05

임시보관함

조회 수 330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임시보관함


                                                         이월란



입 속에서 단내가 난다
입 속에 가슴을 가두고 머리를 가두어
방금 지나간, 내 아이디를 가진 짐승의 발자국 냄새
침샘 가득 야생의 피가 돌면 상앗빛 담장 너머
늪이 자란다
가글가글 탄말처럼 씹히는 침묵의 경전을 외우면
살의 가득한 열꽃이 혀몸을 덮었다
입 속으로 몇 번의 눈이 내렸고 또
몇 번의 비가 내렸어도 난 젖지 않았다
삼키지 않았다
백태 낀 모래바다가 파도를 빚어도
언청이의 찢어진 입술을 꼬옥 다물었다
역설처럼 떨어지는 눈물에도
목소리는 여전히 싱거워
슬픈 과일을 한 입 베어물고
빈 항아리처럼 배가 불러오면
귀밑샘 가득 단물 괸 오미처럼 수초가 자라오면


삭제하시겠습니까?
입 속에 정글처럼 자라고 있는 당신,
망각의 몸도 키가 자라면


저장하시겠습니까?
목젖 너머 길고긴 가슴터널을 달리고
묵비의 강을 건너 다시 돌아올 때


보내시겠습니까?
해갈 마친 백치의 혀처럼 시린 꽃 만발하기 전
나의 설정이 무효화되긴 전


아직 보관 중입니다
마른 꽃 화환 속에 입을 걸어 두겠습니다
바삭, 꽃잎의 파열음을 닮아 있을 때까지

                                                    2008-12-1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1 히키코모리 이월란 2011.03.18 396
1650 흰긴수염고래 이월란 2010.01.04 545
1649 흙비 이월란 2010.03.22 523
1648 흔적 이월란 2008.08.28 282
1647 흔들의자 이월란 2008.05.08 559
1646 제2시집 흔들리는집 / 서문 (오세영) file 이월란 2016.08.15 115
1645 제3시집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이월란 2008.11.12 497
1644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73
1643 흔들리는 집 4 이월란 2008.11.11 285
1642 제2시집 흔들리는 집 3 이월란 2008.06.16 201
1641 흔들리는 집 2 이월란 2008.05.10 270
1640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file 이월란 2016.08.15 168
1639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164
1638 제2시집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5.10 694
1637 흔들리는 물동이 이월란 2008.05.09 277
1636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61
1635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1634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378
1633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8
1632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