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by 이월란 posted Dec 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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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이월란




평생의 손님 다녀간 날
온종일 울어도 눈물이 났다
우린 서로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아도 되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 같은 손님


나를 비추어 내는 한 마디, 한 걸음이
똑똑 핏방울같은 기억으로 떠났다


데리고 온 두 마리 고양이의 목방울이
귓전에서 지겹도록 딸랑거려
눈 앞의 인적없는 풍경으로 하루종일 귀를 씻고


우리, 소반만한 한 평생
손님으로 와 마주 앉은
짧은 미소였던가


핏줄로 어지러운 원시림 속
손 뻗어도 닿지 않는 곳에서 하얀전쟁을 치르는
일생의 연적으로, 사랑의 원수로

                                                 2008-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