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0
어제:
267
전체:
5,024,074

이달의 작가
2009.01.02 04:33

지그재그 지팡이

조회 수 271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그재그 지팡이


                                                             이월란
  



날개도 더듬이도 없는 헛거미가 지은 네비나라의 영지
항문돌기가 직조해내는 진득한 주망으로
엮인 성(城), 오늘도 안전하다
진화되지 못한 원시의 외발로도, 저 직립의 일자막대기
지상의 모든 푸른 설계도를 출력해 내고 있음이다
부딪치면 비껴가고 막히면 돌아가는
나무의 죽은 생명으로도 살아 있는 길을 솎아내는 점지법
나무는 옮기면 죽고 사람은 옮겨야 산다
해도 없이 항해하는 미지의 바다 위에
지팡이점 끝으로 몰려와 반짝이는 등대불
함몰된 지맥 속에 수눅같은 길을 짚어내는
태초의 길이 낯설다
눈두덩 아래 살아있는 안구가 벌레처럼 꿈틀거린다
차단된 수정체가 놓아버린 기억의 회로 속
벽을 따라 모퉁이를 돌아 박제된 길이 부활하면
지그재그 청맹과니들의 발자국이 낙화처럼 핀다
  
                                  
나는
어제의 비문을 읽을 수 없는 까막눈이 된 나는
더듬이 닮은 단장 하나 촉모처럼 키워 촉발지뢰를 건너간다
어둠 속에 경을 읽는 판수의 피내림을 이어받지 못해
빈 동굴로 패인 홍채 속에서 착시만이 눈이 부시다
세밑에 회전하는 미러볼의 반사광처럼 어지러운 정글 속
원시림같은 실명의 세상은 환승구마다  
밝은 두 눈을 가진 항간의 천적들로 붐비고
점자처럼 도드라진 새달력의 숫자들 사이로
문맹의 지팡이가 해감으로 덮인 개펄 위를 검색하는데
맹도견의 후각으로 감지된 별보다 먼 길들은
난폭한 횡단자를 외면하고 있다
까무라친 꿈아기들 만삭의 배를 툭툭 치는 발길질로
어디선가 열리고 또 닫히는 육안의 지도 위에서
불어터진 무지렁이 발은 오늘도 갈지자로 푹푹 빠지는데

                                                          2008-12-30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1 달팽이의 하루 2 이월란 2015.09.20 376
590 맹인을 가이드하는 정신박약자 이월란 2008.05.09 377
589 마작돌 이월란 2008.05.09 377
588 입양천국 이월란 2010.01.23 377
587 소통왕국 이월란 2010.02.15 377
586 I-대란 이월란 2010.04.27 377
585 오타사죄 이월란 2010.06.07 377
584 견공 시리즈 화풀이(견공시리즈 76) 이월란 2010.07.09 377
583 밤섬 이월란 2011.03.18 377
582 제1시집 바람의 길 이월란 2008.05.09 378
581 빈가방 이월란 2008.05.10 378
580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378
579 백지 사막 이월란 2009.11.03 378
578 유리기둥 이월란 2008.05.09 379
577 견공 시리즈 기묘한 족보(견공시리즈 34) 이월란 2009.09.29 379
576 나의 詩 이월란 2010.02.15 379
575 뒷모습 이월란 2008.05.09 380
574 제2시집 가을나목 이월란 2008.05.10 380
573 제3시집 詩人과 是認 그리고 矢人 이월란 2010.01.11 380
572 제3시집 그 순간이 다시 온다면 이월란 2010.02.28 380
Board Pagination Prev 1 ...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