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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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9.01.02 04:33

지그재그 지팡이

조회 수 272 추천 수 1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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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지팡이


                                                             이월란
  



날개도 더듬이도 없는 헛거미가 지은 네비나라의 영지
항문돌기가 직조해내는 진득한 주망으로
엮인 성(城), 오늘도 안전하다
진화되지 못한 원시의 외발로도, 저 직립의 일자막대기
지상의 모든 푸른 설계도를 출력해 내고 있음이다
부딪치면 비껴가고 막히면 돌아가는
나무의 죽은 생명으로도 살아 있는 길을 솎아내는 점지법
나무는 옮기면 죽고 사람은 옮겨야 산다
해도 없이 항해하는 미지의 바다 위에
지팡이점 끝으로 몰려와 반짝이는 등대불
함몰된 지맥 속에 수눅같은 길을 짚어내는
태초의 길이 낯설다
눈두덩 아래 살아있는 안구가 벌레처럼 꿈틀거린다
차단된 수정체가 놓아버린 기억의 회로 속
벽을 따라 모퉁이를 돌아 박제된 길이 부활하면
지그재그 청맹과니들의 발자국이 낙화처럼 핀다
  
                                  
나는
어제의 비문을 읽을 수 없는 까막눈이 된 나는
더듬이 닮은 단장 하나 촉모처럼 키워 촉발지뢰를 건너간다
어둠 속에 경을 읽는 판수의 피내림을 이어받지 못해
빈 동굴로 패인 홍채 속에서 착시만이 눈이 부시다
세밑에 회전하는 미러볼의 반사광처럼 어지러운 정글 속
원시림같은 실명의 세상은 환승구마다  
밝은 두 눈을 가진 항간의 천적들로 붐비고
점자처럼 도드라진 새달력의 숫자들 사이로
문맹의 지팡이가 해감으로 덮인 개펄 위를 검색하는데
맹도견의 후각으로 감지된 별보다 먼 길들은
난폭한 횡단자를 외면하고 있다
까무라친 꿈아기들 만삭의 배를 툭툭 치는 발길질로
어디선가 열리고 또 닫히는 육안의 지도 위에서
불어터진 무지렁이 발은 오늘도 갈지자로 푹푹 빠지는데

                                                          200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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