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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9.01.07 14:35

스팸메일

조회 수 273 추천 수 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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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메일


                                                                                          이월란



급한 메일을 두 시간째 기다리고 있었다. 밥을 안치며, 찌개를 끓이며, 뉴스를 검색하며, 눈알이 뱅글뱅글 도는데 쨘!! 메일이 왔다. 잽싸게 열어보니 엉뚱한 이름, 어디선가 많이 본, 그러면서도 생소한 이름...... 남편의.... 이름... 각종 스케줄이나 예약, 예매, 확인건 등 한 두마디의 대화로 끝낼 수 있는 자지레한 일도 증거확보가 필요한 중대사처럼 <메일로 보내> <메모해 둬>라며 상관이 비서에게 명령하듯 해온 것이 늘 기분이 썩 좋진 않았던 참에.


<활자화된 증거들은 늘 날 안심시켜. 특히 너와 나 사이엔. 넌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십년 전에 기분 나빴던 일로 시비를 거는 여자니까. 흐흐흐> 잠꼬대같기도, 환청같기도 한 그의 목소리에, 메일을 기다리던 기다림에 대한 실망이 와락 짜증으로 덮치면서 커서가 열받은  듯 <스팸메일 신고> 아이콘 위에 반짝 떴다. 검지를 누르려던 찰나, 달랑 두 마디의 본문이 눈에 들어왔다. <하이! 선물!> 첨부파일로 돈뭉치가 왔을린 없고 무슨 증거 확보할 사건이 또 있었나, 짚어보며 파일을 열었다. 사람과 자연, 예술과 기술이 합쳐진 신비한 사진들이 슬라이드로 펼쳐졌다. 즐거워지는 눈을 잠시 감았다가 가만, 이 사진들이 지금 어디에서 날아온건가.


퇴근하자마자 <밥 되면 불러>, 겁나게 바쁜 상관처럼 이층으로 올라가버린게 어제였나? 오늘이었나? 갑자기 덮치는 치매기에 놀라 우당탕탕 올라가보니, <땡큐>하러 오는 줄 알고 반색을 했다. <봤지? 멋있지?> 한 지붕 아래서도 머릴 맞대고 잠시 사진감상도 할 수 없을만큼 우린 별보다 더 먼 일상의 거리를 갖고 있었나보다... 어룽어룽 반색(斑色)빛에 눈이 멀자 평생 철들지 못할 것 같은 그의 천진한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가 스팸메일 취급하며 사는 사소한 일상이 쇠약해질 우리들의 노년에선 행복을 증거하는 가장 중요한 메일로 저장되어 있을거야. 이 헛똑똑이 아줌마야. 흐흐흐>
          
                                                                                          2009-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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