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81
어제:
183
전체:
5,020,622

이달의 작가
2009.01.16 10:34

오줌 싸던 날

조회 수 462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줌 싸던 날


                                                                                                           이월란



빈 속에 짠지랑 밥을 그득히 먹었겠다. 잘 때까지 계속 목이 말라 물 몇 사발을 들이켰겠다. 단디 오줌을 누고 잤는데도 밤새도록 오줌이 마려워 다리를 꼬고 발을 동동 굴렀다. 화장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매다 겨우 찾은 통싯간. 가랑이를 벌리고 앉았는데 얼마나 오래 똥을 퍼지 않은 변소인지 엉덩이 바로 밑에까지 똥이 차올랐다. 또 다시 괄약근에 힘을 주고 참아야 한다고. 차오른 똥이 내 몸에 척척 발릴 것만 같은 질겁에 어금니를 꽈악 깨물고 참다 참다 요실금 환자처럼 비질비질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기어코 퍼질러 앉듯 힘을 빼버리고 봇물 터지듯 흥건해지는 오줌이 시원하기도 했는데. 오줌버캐인지 똥물인지 온통 세상이 건하게 다 풀어지고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내내 불안했는데. 왜 엉덩이가 떠떳미지근해오는건지. 허벅지까지 질척질척해오는건지. 다 쌌으면 벌떡 일어나 나가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죽을 힘을 쓰다가...... 쓰다가...... 눈이 번쩍 떠졌는데.


가시나! 다 큰기 오줌을 싸다이. 아이고 얄궂데이. 동네방네 소문낼끼다. 앞집 할매한테 가서 소금 한 바가지 얻어 온나 이따가. 잠지 매매 씻고. 이 엄동설한에 저 솜이불을 우짜란 말이고.


언니의 오줌꿈을 산 문희는 왕비가 되었다던데...... 이왕 쌀거 더 오래 쌌어야 하는건데......


                                                                                                                                             2009-01-16




?

  1. A hunch

  2. 치병(治病)

  3. 날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4. 언어의 섬

  5. Rapture

  6. 당신에게선 물 흐르는 소리가 나요

  7. 휠체어와 방정식

  8. 봄, 여름, 가을, 겨울

  9. 치과에서

  10. 상상임신 3

  11. 하늘 주유소

  12. 사랑을 달아보다

  13. 어릴 때 나는

  14. 윤동주시 번역 4

  15. 호텔 YMCA, 채널1

  16. 이별을 파는 사람들

  17. 바람개비

  18. 마지막 키스

  19. 오줌 싸던 날

  20. 당신을 읽다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