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37
어제:
307
전체:
5,024,598

이달의 작가
2009.01.19 14:12

접싯밥

조회 수 280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접싯밥

                
                                                                 이월란



처음 시집을 오니
70년대 이민을 오신 낯선 시어머니는 밥을 접시에 퍼 주셨다
끼니 때마다 접시춤을 추는 이국의 늙은 무희처럼
위장은 비었고 접시는 넓었다
퍼나르는대로 허기진 식도를 채워 줄 것같은 식탐이
첫 발 디딘 넓은 대륙같은 접시 위에서 하얗게 웃고 있었다
각자 담아가는 반찬들로, 식탁이 차려진 후 곧바로
파장의 어수선한 장터가 되버리는 뷔페식 에고이즘
맨땅에 삽질하듯 기술적으로 퍼올려야 했던 접싯밥은
어설픈 웃음으로 돌아서던 문화충격 만큼이나
깊이 없이 번지르르 넓어지던 인간관계 만큼이나
허황된 미래를 홀라당 까발려 놓은 운두 낮은 접안거울처럼
미지의 바닥을 핥으라 했다
얼마나 먹은건지, 얼마를 더 먹어야 하는건지
내가 통째로 올라 앉아도 될 만한
가늠할 수 없는 공기(空器)의 영역을 기어코 헤아려보듯
이젠, 습관적인 한 술에도 정량의 경계를 부딪혀주며
아직 남아있는 가슴의 깊이가, 좁아도 푹신하게 여유 있는
작은 공기에 밥을 푼다
쉽게 떠나왔어도 태의 습성을 버리지 못해 어렵게 돌아가는 길
좁은 입 속으로 깊은 가슴을 채워나가는 生의 식사를
이젠, 내 어미의 지문같은 봄꽃 계절 모르고 피어 있는
오목한 사발에 밥을 푼다
침발린 젓가락 부딪히며 한 술 한 술 반찬을 날라오더라도


                                                            2009-01-19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51 붉은 전사 이월란 2010.06.12 454
1050 식기 세척기 이월란 2010.06.12 435
1049 캔들 라이트 이월란 2010.06.12 416
1048 견공 시리즈 개(견공시리즈 70) 이월란 2010.06.12 416
1047 영문 수필 Anger Management 이월란 2010.06.12 455
1046 헌혈카페 이월란 2010.06.07 472
1045 강촌행 우등열차 이월란 2010.06.07 662
1044 견공 시리즈 동거의 법칙(견공시리즈 69) 이월란 2010.06.07 690
1043 견공 시리즈 눈빛 환자(견공시리즈 68) 이월란 2010.06.07 360
1042 오타사죄 이월란 2010.06.07 377
1041 갈증 이월란 2010.06.07 422
1040 견공 시리즈 견공들의 인사법(견공시리즈 67) 이월란 2010.06.07 431
1039 견공 시리즈 개꿈(견공시리즈 66) 이월란 2010.06.07 413
1038 견공 시리즈 사생아(견공시리즈 65) 이월란 2010.06.07 366
1037 영시 윤동주시 번역 8 이월란 2010.06.07 525
1036 영시 윤동주시 번역 7 이월란 2010.06.07 558
1035 영시 윤동주시 번역 6 이월란 2010.06.07 550
1034 영시 윤동주시 번역 5 이월란 2010.06.07 1087
1033 영시 윤동주시 번역 4 이월란 2010.06.07 464
1032 영시 윤동주시 번역 3 이월란 2010.06.07 679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