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3
어제:
307
전체:
5,024,474

이달의 작가
2009.01.31 06:09

악어와 악어새

조회 수 366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악어와 악어새


                                                                이월란




한 번씩 런치백에 넣어주는 사과 세 쪽
그는 늘 우리집에서 가장 작은 지퍼락 백을 쓴다
가로 세로, 사과 세 쪽을 맞붙여 쑤셔박아야만 딱 맞는 작은 백
한 쪽씩 터질 듯, 절단면끼리 꼭 끼듯 쑤셔넣곤 지퍼를 닫는다
비닐처럼 질긴 그의 고집 속에 나의 사지를 가지런히 붙이듯
팽팽한 집착이 터질 듯 잠겨 있다
-넌 내꺼야!
-날 얼마 주고 샀니? 그 돈 갚으려면 넌 널 팔아야 돼
신비로운 마법의 고리
정오의 포만감이 달짝지근한 과육에 입맛을 다시면
배불러 손내미는 이드의 사지를 비틀며 한 쪽씩 꺼낸다
절단된 상흔을 맞대고 밀폐 중인 세월  
그의 독선을 한 입 한 입 베어문다
열매살 속에 한 번씩 씹히는 지알 굳은 씨앗 부스러기
책임이 면제된 자유의 속박으로 길들여진 송곳니가
숙성 중인 세상 냉장고에서 꺼낸 후식으로
딱딱 부딪히며 한 번씩 시리다
달곰한 과즙이 독설처럼 퍼지는 서로의 입 속에서
한번의 사냥으로 평생의 배를 채우고
매일 동면하는 변온동물
악어와 악어새, 공생 중이다


                                                            2009-01-2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51 졸개 이월란 2010.06.28 375
1050 제3시집 페르소나(견공시리즈 73) 이월란 2010.06.28 375
1049 꽃시계 이월란 2010.03.30 375
1048 제3시집 세컨드 랭귀지 이월란 2009.12.09 375
1047 체중계 이월란 2009.02.08 375
1046 제1시집 빈가지 위에 배꽃처럼 이월란 2008.05.09 375
1045 노을 4 이월란 2012.02.05 374
1044 범죄심리 이월란 2010.08.08 374
1043 편지 3 이월란 2010.07.19 374
1042 아버지 이월란 2010.03.15 374
1041 미개인 이월란 2010.03.15 374
1040 사랑빚 이월란 2009.12.31 374
1039 손끝에 달리는 詩 이월란 2009.10.29 374
1038 욕망을 운전하다 이월란 2009.04.22 374
1037 음모(陰謀) 이월란 2008.05.08 374
1036 초보운전 이월란 2012.05.19 373
1035 아홉 손가락 이월란 2010.02.28 373
1034 이민 간 팔용이 이월란 2009.08.29 373
1033 견공 시리즈 인간시계(견공시리즈 10) 이월란 2009.08.06 373
1032 눈(目)의 고향 이월란 2009.05.09 373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