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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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9.01.31 06:09

악어와 악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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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와 악어새


                                                                이월란




한 번씩 런치백에 넣어주는 사과 세 쪽
그는 늘 우리집에서 가장 작은 지퍼락 백을 쓴다
가로 세로, 사과 세 쪽을 맞붙여 쑤셔박아야만 딱 맞는 작은 백
한 쪽씩 터질 듯, 절단면끼리 꼭 끼듯 쑤셔넣곤 지퍼를 닫는다
비닐처럼 질긴 그의 고집 속에 나의 사지를 가지런히 붙이듯
팽팽한 집착이 터질 듯 잠겨 있다
-넌 내꺼야!
-날 얼마 주고 샀니? 그 돈 갚으려면 넌 널 팔아야 돼
신비로운 마법의 고리
정오의 포만감이 달짝지근한 과육에 입맛을 다시면
배불러 손내미는 이드의 사지를 비틀며 한 쪽씩 꺼낸다
절단된 상흔을 맞대고 밀폐 중인 세월  
그의 독선을 한 입 한 입 베어문다
열매살 속에 한 번씩 씹히는 지알 굳은 씨앗 부스러기
책임이 면제된 자유의 속박으로 길들여진 송곳니가
숙성 중인 세상 냉장고에서 꺼낸 후식으로
딱딱 부딪히며 한 번씩 시리다
달곰한 과즙이 독설처럼 퍼지는 서로의 입 속에서
한번의 사냥으로 평생의 배를 채우고
매일 동면하는 변온동물
악어와 악어새, 공생 중이다


                                                            2009-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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