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3 11:23

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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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식


                                                                                 이월란



오래 전, 남편의 라식 수술 장면을 대기실 스크린으로 본 적이 있다


그의 창은 늘 흐려 있었나 보다
의학 백과사전의 한 페이지를 넘긴 듯, 토성의 띠 같은 안구가 화면에 떴다
살아있는 빛은 잠시 차단되었다
미세한 절삭기가 점안 마취된 각막의 절편을 뜨고
굴절의 미세한 오차를 레이저로 바로잡은 후
반주깨미 같은 솔로 다시 덮은 각막을 비질했다
양안 모두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수술 후 며칠 간 잘 때만 플라스틱 안대를 착용했고
아침마다 작은 탄성으로 잠이 깨었다, 시계가 보인다!!


디지털카메라의 얼룩진 액정을 소맷부리로 쓰윽 닦아내는 것 만큼이나
간단했던 수술처럼
삶의 초점도 잠깐의 집도로 저렇게 선명히 맞춰질 수 있다면
생의 곡률도 잠깐의 조절로 올곧은 외계의 상(像)을 맺을 수 있다면
단순한 절개와 봉합으로 운명의 시계가 환히 보일 수 있다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들이 눈앞에서 아파오는 것이
가물가물 흔들리기 십상인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

                                                                              2009-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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