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6
어제:
194
전체:
5,030,395

이달의 작가
2009.02.04 12:28

만삭

조회 수 311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만삭


                                                                          이월란



산달이 가까워오는 친구의 배를 톡톡 건드려 본다
어느 날은 귀엽고, 어느 날은 짐승처럼 징글맞았다
수박통 같은 아기집 속엔 부드러운 무기가 자라고 있을 것만 같다
지상 최고의 창과 방패가 빛나는 모순의 신비로운 병기
지구의 반이 굶주리고 있다는 자연도태의 위기설은 강 건너 불이야
생태계의 위험 아래 개체수를 줄이는 자율조정을 외면한 고집으로
휴지기를 감춘 유전자가 3D식 분열을 일삼고 있겠고
휴화산 같은 호르몬도 분화를 멈추고 이젠 엎드려 있겠다
링거액 같은 아홉 달 수액을 받아 마시고 뇌관을 키워온 아인
농담(濃淡) 짙은 홀로그램의 실루엣으로
걸어 다니는 젖병을 자처한 어미의 분만력을 저울질 하겠다
도도한 고가의 악동은, 분양 받으실래요? 실실 웃으며
제왕절개의 꿈을 꾸고 있을까
자연분만의 꿈을 꾸고 있을까
생명을 잉태하는 신의 노릇을 흉내 내며
무한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또 하나의 약자를 탄생시키려
모성의 덫에 걸려버린 친구여
기생충을 낳느니 지골로를 맞이해라?*
부풀고 꺼지고, 또 부풀고 꺼지던 포유의 뱃놀이
지질이도 질긴 직립보행의 뱃길은 팔 십리
녹슨 꿈의 이니셜을 떠올리며
포만감의 심호흡이 일상이 되어버린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을 흘리고 간다
노 키드!!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할 40가지 이유**를
아이를 낳아야 할 400가지 이유로 대체해버린 살인미소


볼록 꽃밭 같은 그녀의 배가 지나갈 때마다 나의 배가 불러 온다
단단해진다, 곧 진통이 오겠다

                                                               2009-02-04




*  <NO KID>에서 인용
** 심리학자 코린느 마이어의 저서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51 세상을 끌고 가는 차 이월란 2008.10.16 277
1050 세밑 우체국 이월란 2009.12.22 365
1049 세모의 꿈 이월란 2010.12.26 575
1048 세대차 이월란 2009.11.21 321
1047 성탄절 아침 이월란 2008.05.10 288
1046 성대묘사 이월란 2009.05.30 291
1045 제1시집 섬이 너를 부르거든 이월란 2008.05.09 336
1044 섬에 갇히다 이월란 2011.07.26 318
1043 섬그늘 이월란 2010.09.26 566
1042 섬 2 이월란 2010.05.21 407
1041 제1시집 이월란 2008.05.08 390
1040 견공 시리즈 설거지하는 토비(견공시리즈 56) 이월란 2010.03.05 394
1039 견공 시리즈 선텐 (견공시리즈 93) 이월란 2011.04.09 414
1038 선물 이월란 2008.05.09 236
1037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이월란 2008.05.10 323
1036 샤덴프로이데 이월란 2012.04.10 306
1035 샤갈의 窓 이월란 2009.01.22 389
1034 생즉원(生卽願), 생즉원(生卽怨) 이월란 2008.05.10 304
1033 견공 시리즈 생일카드 (견공시리즈 117) 이월란 2012.02.05 412
1032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364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