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改嫁)
이월란
오욕(五慾)과 사별하고
칠정(七情)과 이혼한 날
나무 옆에 서서 후살이를 맹세했네
꽃도 버리고 잎도 떠나보낸 겨울나무는
순간의 동병상련에 눈이 먼 내게
헐벗은 팔짱을 끼워주고
찬바람 변함없이 그렇게 벗은 손
들고 서 있을 수 있느냐
묻지 않았네
묻지 않았네
수절하지 못한 변절의 더운 몸으로도
동목의 시린 뿌리
흉내라도 내며
뻗치고 있는 내게
찬바람도 나눠 마시랴
묻지 않았네
묻지 않았네
2009-02-06
기아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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