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8 14:13

구신 들린 아이

조회 수 407 추천 수 2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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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신 들린 아이


                                                   이월란



내 안에
내 안에
구신 들린 아이

등화관제 칠흑의 밤 빚어
손플래시 동그란 빛으로 영혼에 구멍을 내고
사람들의 머리가 우산처럼 커지는 비오는 날이면
방문 열고 들어오던 빗물 같은 아이
비숨처럼 숨소리만 젖어
내내 오한에 오슬오슬 춥던 아이
우산살 부러지듯 툭툭 내려 앉던 가슴살 발라먹고
맛조개처럼 아까워 발라먹고
해어름 흐린 뜨락에 제웅처럼 서 있던
키 낮은 아이
길들도 너무 많아 머리칼처럼 흩어지고
공복의 하늘도 마저 한기 들리면
수평선처럼 물소리 곁에 누워버린

내 안에
내 안에
구신 들린 아이

                                                200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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