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4 06:31

엉기지 말라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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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기지 말라 그랬지


                                                                                                                      이월란



나는 기름이에요 물 같은 당신 위에 둥둥 떠 있을께요 아직 익사하지 못한 건 순전한 당신의 공로 첨벙첨벙 떠다니며 부서져도 다시 뭉치는 서러운 고집으로 주문을 걸어요 나는 당신보다 가벼운 정제되지 못한 기름띠 한번씩 당신의 심장으로 헤엄쳐 들어가 해삼을 뜯어오고 전복을 따오는 나는 신종 해녀에요 나에 대한 나의 불륜은 사랑을 모른다는 것 무지의 영역에 발을 들이고도 도화살 뻗은 여편네처럼 천형의 시간을 만든다는 것 zzzzz 한번씩 전기가 오네요 구개음도 요란한 번갯불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을 돌아 온 빛나는 언어에 감전 되었지요 입천장까지 닿은 항간의 말들일랑 말끔히 씻어낼께요 전신이 도체에 노출되어 있어도 아직 싱싱한 목숨을 부여잡고 사는 최신장비를 매일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울방울 끈 떨어진 신종 뒤웅박이에요 서로에게 헌납한 시간들도 물과 기름으로 차오르면 오래 오래 눈이 울고 몸은 쪼글쪼글 가뭄이 들겠지요 물결처럼 물길처럼 누워 있는 당신 위에서 그때서야 배가 맞아 부서지듯 흩어질래요 가루약 한 줌의 사소함으로 스며들래요 아 이승의 두 팔로 허우적대며 떼어놓던 꿈 꿈 꿈처럼
      
                                                                              
                                                                                                                  200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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