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05 11:00

사람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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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내



이월란(09/03/29)



1

사람내가 나기 시작한다. 해리향 같기도, 사향내 같기도 한,
항문을 끌고 다니며 영역을 표시한다는 오소리군단처럼
스슥 스스슥 소맷부리 스치는 소리
패거리를 지어다니는 향기로운 음모자들
부적같은 한 줌의 스프레이로 향기문을 새기고
제비꽃 향기로 속내를 삼키고
중력과 함께 냄새를 잃어버린 나의 꿈은 외계인
나의 꿈은 우주인


2

가까워질수록 짙어가는 스컹크의 냄새로
나는 외로워라, 외로워라, 외로워라
입력되어버린, 작동 불가능한 외로움의 칩
이중 삼중의 보안 속에 코드화 되어버린 비밀한 시제품
중세의 미각처럼 달콤한 넋의 고문으로
숨어서야만, 오늘도 녹색등 아래 안전하다
후각이 마비되어가는 백색증 환자로 진화되고 있다


3

전쟁 직후 피어난 야생화처럼 황량한 들판으로 돌아가야 하는
몸 속 작은 스위치가 찰칵, 신호를 피우면
불에 데인 듯 펄펄 뛰는 사람들을
점화되지 못한 불씨가 이글거리는 눈빛들을
아기 정수리마다 팔딱팔딱한 생명의 분내음으로 지워도
그들의 박람회에서 나의 필체는 해독되지 못하고 피흘린다
게르니카*의 도시는 오늘 다시 침략 당했다




* 피카소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 1937년 독일의 폭격에 의하여
  폐허가 된 에스파냐의 북부 도시 게르니카를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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