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22 12:07

너의 손은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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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손은 빛이다



이월란(09/04/20)




나는 플러그 꽂힌 전구 속 발갛게 달아오른 필라멘트가 들어있는 빛의 캡슐, 생의 고뇌에 꺾어지는 관절마다 화인 맞은 꽃이 피네 꽃이 지네 당의정같은 유리알을 벗기면 몰핀 섞인 가루약이 독 품은 꽃가루처럼 쌓여 있어 자, 이 고리타분한 캡슐을 터뜨리자 우주비행체의 기밀용기같은 서로의 몸 속으로 약물처럼 퍼지면 그 때 우리 서로를 진정하자 스위스치즈의 미세한 구멍같은 뇌관마다 자라나온 길가메시*의 머리칼에 새겨진 빛의 생식기를 본떠서 팔딱이는 서로의 가슴에 심자 가꾸자 빛의 비등점에서 피어난, 살아있어 아름다운 불꽃같은 목숨 환하게 숨거두는 그 날까지 우울한 세포들은 사육장처럼 흩어진 날개를 모아 경건한 의식처럼 서로를 밝혀두고 내일의 전투복 아래 천진하게 눈을 감자 살빛 전신에 빛으로 닿은 창을 내고 서로를 바라보면 꽃처럼 잦아드는 생의 소름 별보다 먼 곳으로 영혼을 떠나보내고 잠자는 너의 두 손은 아직도 나를 밝히고 있으니




* Gilgamesh : ꃃ〖문학〗고대 바빌로니아의 서사시에 나오는 주인공. 새 사료(史料)가 발견되어 실제 존재했던 지배자로서 역사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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