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22 12:10

욕망을 운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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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운전하다



이월란(09/04/22)




빗길을 운전할 땐 늘 그랬다. 타이어의 수명에 관계없이 빙판길보다도 더 미끄러웠다. 범칙금을 염두에 둔 재테크의 수단으로 눈을 부릅뜨지 않는다면 뿌옇게 김서리는 일상의 안개 속을 헤매기 십상이다. 생명을 고수하는 원시의 본능 아래서도 물웅덩이처럼 고인 탐심을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순식간에 핸들을 낚아채인다. 천진한 꿈으로 가장한 열기는 습도로 높아진 피로를 높이고 차창 밖에 떨어지는 항간의 빗방울들은 멀쩡한 시야를 물보라로 뒤덮었다. 흐르는 물줄기같은 세월 위에 붕 떠버린 타이어같은 두 발은 생의 마찰음을 삼켜버리고 바닷속같은 세상으로 미끄러진다. 안전거리를 무시한채 엔진을 밟았다간 감속운전하는 주의깊은 사람들을 들이받기도 하는 것이었다. 욕망이 빗물처럼 쏟아지는 거리에선 수상스키를 타듯 가속이 붙어 두 팔을 와이퍼암처럼 바짝 세우고도 젖은 노면 위에서 휘청거렸다. 전조등 밝힌 폭우의 빗금으로 가슴은 긁히고 밀리는 브레이크 위에서 배터리는 방전을 일삼았다. 시동이 꺼질 때까지 욕망이 나를 운전하고야 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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