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54
어제:
288
전체:
5,021,805

이달의 작가
2009.05.09 13:32

눈(目)의 고향

조회 수 373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눈(目)의 고향



이월란(09/05/03)




눈의 고향은 바다래요 그래서 늘 소금물에 젖어있어야 한다네요 눈의 고향을 몰랐을 땐 가슴이 토해내는 무언의 고백쯤으로 여겼었죠 누군가 죽을만큼 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 경험은 쉽지 않아요 다른 일에 집중하지 않곤 난 곧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죠 숨쉬기에 집중해야만 했어요 헉헉 가슴은 조여오는데 두 눈은 한가롭게도 두고 온 고향이나 그리워하고 있더군요 쉴 새 없이 바닷물이 흘러내렸거든요 사랑은 그런거예요 두고 온 고향처럼 한 쪽 발을 묶어 두는 것 그래서 가랑이가 찢어질 때쯤에야 그런게 사랑이라고 이를 악물어 보는 것 두 눈을 감고서야 때론 편안해질 수 있다는 건 검은 바닷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이죠 욕망의 빛을 다 벗어버린 벌거숭이 물고기들의 나신 뿐이죠 사랑은 결코 닿을 수 없음을 확인하는 절망의 연습이었어요 사랑으로 가는 길만이 사랑을 말해주었죠 두 눈은 여전히 두고 온 바다만이 그리워 푸른 세상을 뜨고 있어요 슬프다는 것의 이기적인 마음을 잘 알고 있다구요 살아 있는 꽃을 먹어도 저 뜨거운 별을 먹어도 허기질 것 같은데 죽은 것들에만 입맛 다시고 있으니 삼목향기 가득한 기억의 궁전 아래 점팔분음표의 순간들이 억겹으로 겹쳐진 서러운 악보를 차라리 빈속으로 연주하고 말아요 살아온 날들은 저 은하의 비밀을 캐는 아름다운 노역이었어요 언제라도 오대양 육대주를 너머 내 속에서 넘치는 바다, 그랬어요 눈의 고향은 그냥 바다일 뿐이래요 그저 푸르기만 할 뿐이래요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51 견공 시리즈 눈 (견공시리즈 120) 이월란 2012.04.10 213
1050 눈 오는 날 이월란 2014.10.22 217
1049 눈 오는 날 1, 2 이월란 2008.05.10 326
» 눈(目)의 고향 이월란 2009.05.09 373
1047 눈(雪) 이월란 2008.05.08 350
1046 눈(雪) 이월란 2008.05.10 282
1045 눈(雪)이 무겁다 이월란 2008.12.26 418
1044 눈길 이월란 2008.05.08 338
1043 눈길 이월란 2021.08.16 59
1042 눈길(雪路) 이월란 2008.05.10 274
1041 눈꽃 이월란 2008.05.10 283
1040 눈꽃사랑 이월란 2008.05.08 406
1039 눈먼자의 여행 이월란 2010.01.29 635
1038 눈물 축제 이월란 2009.10.24 292
1037 눈물로 지은 밥 이월란 2012.02.05 319
1036 제3시집 눈물의 城 이월란 2010.09.06 375
1035 눈물의 미학 이월란 2008.05.09 320
1034 눈밭 이월란 2008.05.08 324
1033 눈별 이월란 2010.03.15 442
1032 눈부셔 눈부셔 이월란 2008.05.10 245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