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9 13:34

사랑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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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지도



이월란(09/05/05)




눈빛을 따라갈까요 지문을 따라갈까요 발자국을 따라갈까요 저 불편한 꽃의 진실을 따라갈까요 당신은 백만분의 일로 축소된 거대한 지도, 분방한 핏줄이 강처럼 흐르고 있는 뜨거운 섬이었나요 별에게도 구름에게도 제자리가 있다던가요 물어 물어 가기도 하던 손금처럼 환히 보이던 길도 아는 척 지레짐작 발디뎌 보던 낯선 길도 서로의 치부로 우거진 정글을 지나 도청 중인 가슴의 풍향계를 따라 귀를 기울여요 나침반으로 삼기엔 바람은 너무 제멋대로군요 오지로 향하는 저 고달픈 바람을 박제해 버릴까요 지난 밤 건설한 노르웨이의 숲*은 성지를 찾는 순례자들의 늪이 되어버렸어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고원을 밤새 거닐어 게르만족의 푸른 눈 속을 난태생 거피처럼 헤엄쳤었죠 미친 경주를 달려도 볼까요 동상처럼 죽은 시간들이 환생하고 있잖아요 이목구비의 섬이 자라는 구형의 괘지도, 그 위에도 새가 날아와 앉아요 철 따라 변심하는 화려한 철새, 진실의 하체를 미리 범해버린 위태한 증거로 사랑의 지도를 그려온, 불가사의한 흔적에 불과했나요 자, 새로운 지도를 그려볼까요 ㅋ 거긴 간지러워요



*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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