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5
어제:
223
전체:
5,028,872

이달의 작가
견공 시리즈
2009.05.30 02:19

IQ 와 EQ(견공시리즈 4)

조회 수 474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IQ 와 EQ(견공시리즈 4)




이월란(09/05/21)




개의 IQ는 그리 높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한 무대 위에서 평생토록 공연한다는 공공연한 광고로
매일 치러지는 만남과 이별의 대사에서 격렬한 포옹과
뜨거운 키스신은 간단히 삭제된 우리들의 건조한 무대 위에서
한 일주일간의 여행 후라면
조미료처럼 뿌려진 약간의 흥분으로 잠시 얼굴을 부빌 것이다
한 일 년간의 원치 않는 별거였다면
약간의 서먹함과 농익은 설렘으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한 번씩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잃어버린 삼십 년을 살아온
이산의 상봉쯤 된다면 눈물과 한숨으로 달궈지는 오열이
한 두어 시간 시청거리는 되겠다
나의 견공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환생한 애인을 마주한듯한
미친 듯 날뛰는 상봉장면을 연기하는 주인공으로 발탁되었다
내가 만약 아침마다 잘 잤느냐고, 저녁마다 잘 돌아왔느냐고
쌕쌕거리는 강아지처럼 날뛰며 남편에게 키스세례를 펴붓는다면
그는 분명 날 정신병동으로 모셔다 놓을 것이다
<진정이 되면 다시 데리러 오리다, 안녕~>
극히 정상인 난 왜 강아지처럼 날뛰며 살고 싶은 것인가
두 발로 지구를 거뜬히 딛고 서선
왜 네 발의 강아지처럼 하등한 애인을 두고 싶어 하는 것인가
개의 IQ는 반나절 전의 동거를 깡그리 잊어버렸다
IQ는 삭제당하고 EQ만이 날뛰는, 버림받지 않을 패륜아
잃어버린 억겁을 돌려받은 듯 숨가쁘게 날뛰는 상면의 희열 속에
흉내 낼 수 없는 경박한 전율에 불꽃이 뛸 때마다 감전되어가는 동력선
미친 듯이 쫓아오다 벽에 머릴 찧기도 하던 작은 금수의 몸으로
나는 행방 없이 퇴보하고 있다
뜨거워진 수증기처럼 증발하고 있다


(지구는 돌아도 우린 돌면 안돼
지구의 축은 기울어졌어도 우린 똑바로 걸아야 해
몇 발자국 앞이 벼랑이어도 우린 몰라야 해
뜨거운 물처럼 끓어넘쳐도 우린 증기처럼 날아가면 안돼)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91 제1시집 연(鳶) 이월란 2008.05.08 361
690 나의 사람아 이월란 2008.05.10 361
689 견공 시리즈 지진 (견공시리즈 98) 이월란 2011.04.09 361
688 플라톤의 옷장 이월란 2012.01.17 361
687 겨울약속 이월란 2008.05.08 362
686 손목에서 맥박처럼 뛰고 있는데 이월란 2008.05.10 362
685 촛불잔치 이월란 2008.05.10 362
684 말반죽 이월란 2010.02.15 362
683 도시인 이월란 2010.05.18 362
682 고백 이월란 2010.12.14 362
681 재활용 파일 이월란 2012.01.17 362
680 비질 이월란 2008.05.08 363
679 수목장 이월란 2009.10.24 363
678 Mr. 딜레마 이월란 2009.12.09 363
677 영문 수필 Sign Language 이월란 2010.07.09 363
676 대숲 이월란 2011.03.18 363
675 숨바꼭질 이월란 2008.05.08 364
674 레모네이드 이월란 2008.05.09 364
673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364
672 날아다니는 길 이월란 2008.05.10 364
Board Pagination Prev 1 ...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