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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9.06.01 12:53

버뮤다 삼각지대

조회 수 584 추천 수 2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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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뮤다 삼각지대



이월란(09/06/01)




구멍가게 같은 생의 터전 위에서 거스름돈 같은 여생을 헤아리고 있을라치면 저 대서양에 베틀의 비경이처럼 떠 있는 전설같은 삼각지대는 그저 말하기 좋아하는 인간들의 헛소문 같아라 영원이란 대형소매점에서 물건을 떼어와 코묻은 돈으로 하루를 연명하는 구멍가게의 주인들처럼, 해도 없이 항해하는 동문서답자의 질문처럼 잠깐, 버뮤다란 섬은 어디 있죠?


동쪽에도 있고 서쪽에도 있죠 우회전을 해도 좌회전을 해도 마주치죠 지구는 둥글둥글 둥글잖아요 원형의 길을 따라가다보면 놓쳐도 상관없어요 사라지고 말 때까진, 버뮤다가 밑변인가요 마이애미가 꼭지점인가요 푸에르토리코가 트라이앵글처럼 챙챙챙 소리를 낼까요 노련치 못한 항해자의 실수로 반짝 사라졌다구요? 기상이변으로 행방불명 되었다구요? 유령들의 술래잡기였다구요? 지구를 연모하는 에일리언들의 해코지였다구요? UFO의 납치극이었다구요?


그럼 아틀란티스의 수정이 쏘아버린 에너지광선 때문일까요 해저의 메탄가스가 연탄가스처럼 배와 비행기들을 질식시켰을까요 그 무자비한 마의 삼각지대로 만화를 그릴까요 영화를 찍을까요 소설을 쓸까요 삶이 미궁 속을 헤엄치는 미어들인 것을 자꾸만 잊었나요 화요일에만 사라진다는 마법의 날이래요 화요일은 언제인가요 매주 한 번, 한 달에 네 번, 일년에 쉰 두 번 오죠 용케 지나쳐도 언제든 코 앞에 새로 나타나는 활활 불타는 화요일이에요 火 火 火 접두어처럼 화들짝 피어날 재앙은 싱싱한 불씨를 품고 풀무질을 시작하겠죠


수평선과 지평선으로 엮어진 그물 속에서 우리는 결박 당한 물고기, 장기들을 잇는 삼각형을 그려보세요 어디든 침몰과 조난을 즐기는 마의 삼각지대로 변신하죠 서걱거리는 하늘의 입자를 바람처럼 먹고 사는 모래바다 위에서 푹푹 빠지는 기억의 미스테리를 목발처럼 짚고, 실종 당한 과거의 시신은 원근법의 침상 위에서 아직도 앓고 있으니 하늘과 땅이 일으킨 착란의 증세로 우리, 서로의 벼랑이 되어, 가슴의 신봉자가 되어 현기증 나는 한 쪽 발을 잃어가요 한 쪽 눈을 잃어가요


중력의 끈을 놓아버린 고독한 수난 속에서, 실종의 역사 위에서 전범으로 낙인 찍혀 구체화되어버린, 입체화되어버린 텍스트에요 추방당한 문자가 현실로 이식되어지는 영원으로의 통과의례가 진행 중이에요 부정의 미학으로 피칠갑을 하는 노을 아래 아, 사라지는 것들이여 투명가운을 입은 자객 앞에서 우린 언제나 사라지고 있죠 절망과 꿈의 높이를 가늠하는 파도 속으로, 파도 치는 세상 속으로, 눈물로 물보라치는 세모난 관 속같은, 여기는 버뮤다 삼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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