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매(靈媒) 이월란(09/06/02) 꽃의 말을 알아듣기 시작했을 때부터 들리는 말수만큼 말수가 줄기 시작했다 나의 혀가 꽃잎처럼 자꾸만 얇아지고 또 붉어졌을 때 꽃에게 난 비로소 길이 되었다 내장을 말끔히 비워낸 공허한 통로로 나를 빠져나온 꽃의 넋이 백지 위에서 난제로 피어나고 있는데 낯선 영감으로 꽃의 방언으로 귀를 받아적는 손 꽃의 대변인이 되어 꽃잎이 떨어질 때마다 쿵! 받아적는데 창 밖의 꽃이 머엉하니 얼이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