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67
어제:
276
전체:
5,028,661

이달의 작가
제3시집
2009.06.17 14:22

나는 취소되고 있다

조회 수 317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는 취소되고 있다



이월란(09/06/11)



나는 취소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정중히
어느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해 무참히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다
내가 걸어온 길이 취소되었음은 벽보처럼 붙어있는 공공연한 비밀
나는 더 이상 분류되어질 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나는
지키지 못할 약속
파기되어질 계약
책임지지 못할 말씀
접수되지 못할 신청서
구전되어지지 않을 전설
계승되어지지 않을 인습
성공하지 못할 혁명
허가받지 못할 건축물
체택받지 못할 증거물
해갈되지 못할 가뭄
마르지 않을 장맛비
성립되어지지 못할 도그마
영원히 발 저린 술래
해독되지 못할 암호
석방되지 못할 포로
맞히지 못할 과녁
당겨지지 않을 시위
그려지지 못할 이미지
추론되어지지 못할 개념
육화되지 못할 신화
수행되지 못할 과업
발설되지 않을 소견
발표되지 않을 논문
사장되어질 아이디어
통역되지 못할 외어
체결되지 못할 조약
도래하지 못할 본성
실천되지 못할 이론
조명되지 못할 논쟁
말소되지 못할 미련
수술받지 못할 종양
완쾌되지 못할 지병
유통되지 못할 생산품
부화되지 못할 자아의 알
해소되지 못할 이율배반
차오르지 못할 샘물
인정받지 못할 예언자
해결책 없는 딜레마
발굴되지 못할 화석


이렇게 많은 나는, 오늘도


쉿, 조용히
아주 조용히 취소되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갱지들의 접촉음
누군가의 손 안에서 둥근 볼펜심이 눈동자처럼 회전하고 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11 비행기를 놓치다 이월란 2012.01.17 841
710 제2시집 비행정보 이월란 2008.05.10 245
709 빈가방 이월란 2008.05.10 378
708 제1시집 빈가지 위에 배꽃처럼 이월란 2008.05.09 375
707 제2시집 빈방 이월란 2008.08.02 282
706 빈집 이월란 2014.10.22 187
705 빗물 이월란 2008.07.07 197
704 빛꽃 이월란 2009.08.01 274
703 빛나는 감옥 이월란 2009.05.19 339
702 견공 시리즈 빛방(견공시리즈 116) 이월란 2012.01.17 258
701 견공 시리즈 빛으로 샤워하기(견공시리즈 57) 이월란 2010.03.05 390
700 견공 시리즈 빛의 아들(견공시리즈 49) 이월란 2009.11.25 416
699 빛의 판례 이월란 2012.02.05 420
698 빨간 구두* 1 이월란 2008.11.30 338
697 빨간 구두* 2 이월란 2008.11.30 282
696 빨간 불이 들어온지 꽤 되었어요 이월란 2008.11.15 305
695 빨래를 개면서 이월란 2008.12.02 291
694 견공 시리즈 뻔한 이치 (견공시리즈 102) 이월란 2011.05.10 320
693 사각지대 이월란 2009.10.05 223
692 사각지대로 가 주세요 1 이월란 2016.09.08 111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