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이월란(09/06/24)
나는
타인의 장점보다 단점을 쉬 가리는 못된 눈을 가졌다
기쁨보다 슬픔을 먼저 보는 외짝눈을 가졌다
즐거움보다 고통을 먼저 감지하는 휘어진 더듬이를 가졌다
그래서
나는 저렇게 말하지 말아야지
나는 저렇게 쳐다보지 말아야지
나는 저렇게 돌아서지 말아야지
한 점 한 점 썩은 살점처럼
떼어내고 지워내다 보니 내가 없어져버렸다
소원대로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또 사람들을 만나면
곳곳에서 끈질기게 환생하는 나를 보게 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