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00
어제:
338
전체:
5,022,089

이달의 작가
2009.08.01 08:15

망할년

조회 수 455 추천 수 2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망할년



이월란(09/08/01)



그녀는 그 집안의 전성기를 고스란히 누렸다. 누렇게 뜬 조막만한 흑백사진들은 모두가 그녀의 인형같은 발레사진, 그녀는 중학교 입학시험 후 집에 오자마자 아버지와 다정하게 시험문제를 풀어보았단다.


그녀의 바로 밑에 동생은 그 집안의 몰락기를 고스란히 누렸다. 언니의 당당함과 자신감 아래 엎드려 벙어리처럼 말이 없던 그녀는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목욕탕에 가야 했으며 주말빨래나 궂은 일들을 도맡아 했다. 여고 졸업 후 아버지 사무실에서 얌전히 일을 배우던 그녀는 어느 날 외박을 했나보다. 아버진 그녀를 화냥년이라 했고 엄만 그녀를 망할년이라 했다. 그래도 그녀가 어떤 화냥질을 했는지 어떤 망할짓을 했는지, 또는 왜 했는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발레리나는 학벌만 번지르르한 남자에게 시집을 가고 화냥년은 화냥질인지 연애질인지를 한 남자에게로 시집을 가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용돈을 챙겨준 건 그 화냥년이었다. 엄마가 몸져 누웠을 때 엄마를 데리고 간건 그 망할년이었다.


엄마도 돌아가시고 딸년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남의 축복을 팔러다니는 전도사가 되어 하나님만을 머리 위에 모시고 사는 안하무인 발레리나는 -우리 아버진 난 남자였고 우리 엄만 너무 무식한 여자였어- 모르고 가신 부모가 안타까워 혓날이 서는데 그 망할년은 담배만 뻐끔뻐끔 말이 없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1 이월란 2010.04.05 449
290 제1시집 울초 이월란 2008.05.08 450
289 질투 2 이월란 2011.01.30 450
288 에어 프랑스 AF #447 이월란 2009.08.13 451
287 견공 시리즈 악의 꽃(견공시리즈 21) 이월란 2009.09.04 451
286 대출 이월란 2010.03.05 451
285 제3시집 함정이 없다 이월란 2010.11.24 451
284 물속에서 이월란 2012.08.17 451
283 미역국 이월란 2009.11.11 452
282 이별이래 이월란 2010.07.09 452
281 그림자 숲 이월란 2010.08.08 452
280 제1시집 호접몽(胡蝶夢) 이월란 2008.05.09 453
279 유명견 담비(견공시리즈 45) 이월란 2009.10.24 453
278 관(棺) 이월란 2010.03.05 453
277 붉은 전사 이월란 2010.06.12 453
276 견공 시리즈 애완(견공시리즈 85) 이월란 2010.12.14 453
275 自慰 또는 自衞 이월란 2010.12.26 453
274 왼손잡이 이월란 2008.05.07 455
» 망할년 이월란 2009.08.01 455
272 사인 랭귀지 이월란 2010.01.19 455
Board Pagination Prev 1 ...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