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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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9.08.06 13:25

마로니에 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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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화방



이월란(09/08/05)



서울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큰언니가 오는 주말이면 나는 괜스리 그림처럼 앉아있고 싶었다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간질이던 긴 생머리만큼 긴 인생이 그녀의 카키색 가죽부츠처럼 내 발에 맞지 않는 만질 수만 있는 신발 같을거라 여기곤 했던 것인데


그녀가 풀어놓은 헬로우키티 삼각자와 지우개가 잠시 품어도 좋은 꿈처럼 필통 속에 진열되고 나면 역전 앞 가방집 옆 셀로판지에 황금손처럼 싸여있던 복숭아맛 같기도 참외맛 같기도 했던 바나나 한 손이 그녀의 손에 들려져 <아버지 드릴거야> 냉장고 위에 얹혀질 때면 닿을 수 없이 허기지는 목숨의 높이가 거기쯤일거라 여기곤 했던 것인데


그녀가 화실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약국 옆에 마로니에 화방을 차렸을 때 <마로니에 화방>이란 거대한 간판이 옥상 위에 며칠간 내팽개쳐져 있었고 아버진 <화구일체>를 <화구일절>로 새기다니, 간판쟁이와 며칠째 언쟁을 벌이셨고 <마>자부터 <방>자까지 먼셀 표색계를 펼친 듯 점점 옅어지는 초록빛이 기억처럼 또 선명해지는 것인데


쯧쯧쯧 아버지의 혀차는 소리 이명처럼 들릴 때면 내 생의 그림을 완성할 화구들은 <일체> 진열되어 있는 것인지 <일절> 거두어가버린 것인지 썼다 지웠다 썼다 지우는 무식한 간판쟁이가 되고 마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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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빛꽃

  2. 페르소나

  3. 망할년

  4. 인간시계(견공시리즈 10)

  5. 디스토마

  6. 폭풍 모라꼿

  7. 하지(夏至)

  8. 마로니에 화방

  9. 처녀城

  10. 시가 내게 오셨다

  11. 시를 먹고 사는 짐승

  12. 짝사랑(견공시리즈 11)

  13. 토비의 고백(견공시리즈 12)

  14. 각주 좀 달지마라

  15. 에어 프랑스 AF #447

  16. 아가페 미용실

  17. The Tide

  18. 먹고 죽은 귀신(견공시리즈 13)

  19. 광복64주년기념 낭송축시

  20. 불륜(견공시리즈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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