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78
어제:
206
전체:
5,030,593

이달의 작가
2009.08.06 13:25

마로니에 화방

조회 수 445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마로니에 화방



이월란(09/08/05)



서울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큰언니가 오는 주말이면 나는 괜스리 그림처럼 앉아있고 싶었다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간질이던 긴 생머리만큼 긴 인생이 그녀의 카키색 가죽부츠처럼 내 발에 맞지 않는 만질 수만 있는 신발 같을거라 여기곤 했던 것인데


그녀가 풀어놓은 헬로우키티 삼각자와 지우개가 잠시 품어도 좋은 꿈처럼 필통 속에 진열되고 나면 역전 앞 가방집 옆 셀로판지에 황금손처럼 싸여있던 복숭아맛 같기도 참외맛 같기도 했던 바나나 한 손이 그녀의 손에 들려져 <아버지 드릴거야> 냉장고 위에 얹혀질 때면 닿을 수 없이 허기지는 목숨의 높이가 거기쯤일거라 여기곤 했던 것인데


그녀가 화실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약국 옆에 마로니에 화방을 차렸을 때 <마로니에 화방>이란 거대한 간판이 옥상 위에 며칠간 내팽개쳐져 있었고 아버진 <화구일체>를 <화구일절>로 새기다니, 간판쟁이와 며칠째 언쟁을 벌이셨고 <마>자부터 <방>자까지 먼셀 표색계를 펼친 듯 점점 옅어지는 초록빛이 기억처럼 또 선명해지는 것인데


쯧쯧쯧 아버지의 혀차는 소리 이명처럼 들릴 때면 내 생의 그림을 완성할 화구들은 <일체> 진열되어 있는 것인지 <일절> 거두어가버린 것인지 썼다 지웠다 썼다 지우는 무식한 간판쟁이가 되고 마는 것인데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31 견공 시리즈 Rent-A-Dog (견공시리즈 123) 이월란 2012.05.19 352
930 영시집 Wuthering Heights 이월란 2012.02.05 352
929 견공 시리즈 아들아(견공시리즈 19) 이월란 2009.08.29 352
928 제2시집 붉은 남자 이월란 2008.07.04 352
927 제2시집 꿈의 투사들이여 이월란 2008.05.10 352
926 돌아서 가는 길은 이월란 2008.05.10 352
925 회명(晦冥) 걷기 이월란 2008.05.09 352
924 잃어버린 날 이월란 2008.05.08 352
923 견공 시리즈 귀(견공시리즈 77) 이월란 2010.07.09 351
922 이월란 2009.12.09 351
921 지문(指紋) 이월란 2009.10.11 351
920 조연 이월란 2011.10.24 350
919 제3시집 공항대기실 3 이월란 2010.12.14 350
918 그리움 7 이월란 2010.06.28 350
917 견공 시리즈 막장드라마 2(견공시리즈 16) 이월란 2009.08.25 350
916 누전(漏電) 이월란 2008.05.09 350
915 너에게로 이월란 2008.05.08 350
914 눈(雪) 이월란 2008.05.08 350
913 영문 수필 "Tough Girls" 이월란 2011.05.10 349
912 노교수 이월란 2010.05.25 349
Board Pagination Prev 1 ...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