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3 14:52

시가 내게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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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 오셨다



이월란(09/08/07)



뜬금없이


낯선 행인처럼
가출한 딸년처럼
바람난 애인처럼
돌아온 탕자처럼
백기 든 적군처럼
농치는 거간꾼처럼
심문자의 입술처럼
반짝이는 탐색자처럼
사주받은 염탐꾼처럼
가택수사 영장을 들고오는 형사처럼


천의 얼굴을 들고
시가 내게 오셨을 때


주무시고 가실 건가요?
맨발로 뛰쳐나가 보지만
문지방도 넘기 전에 쓰러지셔
병원을 탈출한 중환자처럼
부축을 해드리면


온종일 서성이시기도
죽은 듯 엎어져 계시기도
말똥말똥 쳐다보기도 하시는데


나참!
이제 먹여 살리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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