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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견공 시리즈
2009.09.29 11:46

이쁜 똥(견공시리즈 33)

조회 수 488 추천 수 1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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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똥 (견공시리즈 33)



이월란(09/09/24)



토비가 트레이닝 패드 위로 올라가면 우선 납작한 코를 더 납작하게 갖다대곤 킁킁킁 그 지겨운 냄새를 맡고 또 맡다가 천천히 두 바퀴쯤 돌고 뒷다리를 약간 굽힌다 그리곤 오줌을 싼다 싸고 나면 얼른 패드 밖으로 뛰쳐 나오는데 재수 없으면 동그랗게 물든 오줌을 뒷발로 살짝 밟게 된다


그리고 이하동문, 똑같이 킁킁킁 냄새를 맡은 후 훨씬 빠른 속도로 네 바퀴쯤 돌고 배가 패드에 닿을만큼 뒷다리를 앉은뱅이처럼 더 많이 굽히고 가랑이도 더 벌리면 영락없이 똥 누는 폼이다 똥은 항문 근처의 털 한 가닥 더럽히지 않고 몽글몽글 잘도 나온다


멋모르고 아이를 낳았을 때 내 새끼 똥도 이렇게 이쁘고 향기로웠지 않나 똥이 촌수를 가린다는데 똥을 치울 때마다 촌수가 줄어든다 유산까지 물려 받았다는 헤밍웨이의 육손 고양이들처럼 물려줄 재산은 없지만 詩라는 아빠에게서 태어난 나의 아기, 조잡한 詩들과 살림을 차리고 배터지도록 적막을 먹고 사는, 똥도 이쁜 아기를 둔 우린 아직도 신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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