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9
어제:
307
전체:
5,024,420

이달의 작가
견공 시리즈
2009.09.29 11:46

이쁜 똥(견공시리즈 33)

조회 수 488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쁜 똥 (견공시리즈 33)



이월란(09/09/24)



토비가 트레이닝 패드 위로 올라가면 우선 납작한 코를 더 납작하게 갖다대곤 킁킁킁 그 지겨운 냄새를 맡고 또 맡다가 천천히 두 바퀴쯤 돌고 뒷다리를 약간 굽힌다 그리곤 오줌을 싼다 싸고 나면 얼른 패드 밖으로 뛰쳐 나오는데 재수 없으면 동그랗게 물든 오줌을 뒷발로 살짝 밟게 된다


그리고 이하동문, 똑같이 킁킁킁 냄새를 맡은 후 훨씬 빠른 속도로 네 바퀴쯤 돌고 배가 패드에 닿을만큼 뒷다리를 앉은뱅이처럼 더 많이 굽히고 가랑이도 더 벌리면 영락없이 똥 누는 폼이다 똥은 항문 근처의 털 한 가닥 더럽히지 않고 몽글몽글 잘도 나온다


멋모르고 아이를 낳았을 때 내 새끼 똥도 이렇게 이쁘고 향기로웠지 않나 똥이 촌수를 가린다는데 똥을 치울 때마다 촌수가 줄어든다 유산까지 물려 받았다는 헤밍웨이의 육손 고양이들처럼 물려줄 재산은 없지만 詩라는 아빠에게서 태어난 나의 아기, 조잡한 詩들과 살림을 차리고 배터지도록 적막을 먹고 사는, 똥도 이쁜 아기를 둔 우린 아직도 신혼이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91 제3시집 복사기 이월란 2011.12.14 337
890 견공 시리즈 보이지 않는 얼굴(견공시리즈 88) 이월란 2011.01.30 395
889 보슬비 육개장 이월란 2010.10.29 408
888 병치레 이월란 2009.12.03 307
887 병신춤 이월란 2010.02.12 458
886 병상언어 이월란 2008.05.10 225
885 병물과 물병 이월란 2009.07.27 267
884 별이 된 사람 이월란 2008.05.09 328
883 별리동네 2 이월란 2008.05.10 365
882 제1시집 별리동네 이월란 2008.05.07 446
881 별리(別離) 이월란 2008.05.10 417
880 별 2 이월란 2008.05.10 267
879 제1시집 이월란 2008.05.10 338
878 변기 위의 철학 이월란 2010.12.14 502
877 제3시집 변경 이월란 2012.05.19 324
876 제3시집 벽거울 이월란 2014.05.28 389
875 제2시집 벽 2 이월란 2008.09.14 269
874 벽 1 이월란 2008.05.10 290
873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이월란 2008.12.04 314
872 견공 시리즈 벙어리 시인 (견공시리즈 95) 이월란 2011.04.09 409
Board Pagination Prev 1 ...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 83 Next
/ 83